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느긋 Oct 29. 2024

아직 내 길이 뭔지 모른다면

헤맨 만큼 내 땅이다

길을 걷고 있다. 그냥 남들이 걷는 것을 보다 보니 나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걷고 있다.

솔직히 길은 모른다. 목적지도 모르겠고 그냥 걷는다. 앞에서 우회전하면 괜히 따라서 우회전하다가도, 너무 따라만 가는 것 같아 좌회전하기도 한다.

그냥, 그냥 걷는다. 언젠가는 앉아서 쉬기도 했지만, 이제는 멈추지 않고 걸어야 할 이유가 생겨서 걷는다. 딱히 이유도 거창하진 않다. 걷는 것 말고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걷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남들은 목적지가 있는 듯하다. 이리저리 내비게이션도 보는 듯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달리기도 한다. 그에 비에 내가 가진 것은 달랑 신발 두 짝뿐이다. 걷다 보니 걷는 것은 익숙해졌지만,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인지 잘 모르겠다. 목적지가 없어같은 길을 반복하는 것 같고, 너무 모르겠는 길 가운데 헤매고 있기도 한 것 같고.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다. 언젠가는 완주했다는 메달을 받을 것이라는 자기 위로만 할 뿐, 사실 크게 바라는 것도 없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우직하다고 한다. 그 말에 나도 잘하고 있구나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


그저 하나의 위로는 내가 이 길 가운데 헤매고 있지만, 분명 이 헤맴은 나에게 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리고 목적지도 모르고, 빠른 길도 모르지만, 길을 잃고 헤맬수록 그 길은 내가 아는 길이 될 것이다. 


목적이 나를 이끌지만, 목적 없이 헤매는 삶도 그리 틀리진 않길 바랄 뿐.

작가의 이전글 말을 많이 하다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