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시작된 그 순간
그녀가 말했다. "우리 공부해야 하니까! 대학교 가서 사귀자"
참 귀엽고 순수한 아이 같은 말이었다.
그래도 그 모습이 너무 좋았고
그날 이후 너와 걷는 하굣길 나는 조심스레 손목을 잡았다.
그녀는 놓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의 여름의 썸이 시작됐다.
비가 오는 날엔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맘에 우산을 교실에 두고 너의 교실 앞에서 기다렸고
재밌는 이야기가 생기면 잊지 않게 메모장에 적어놓고
너도, 나도 야자 전 서로의 책상에 힘내라는 메모와 함께 음료 하나를 남겨놓기도 했다.
누구보다 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의 계절이 지나가고
고3이라는 시기가 다가왔다.
서로의 잘못이 아닌 그저 사소한 몇 가지 일들로 어렸던 우리는 그 시간을 견뎌내기엔 너무 연약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 다음부터 같이 집에 못 갈 것 같아"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거기서 멈췄다.
지그재그로 찢어져버린 팔과 뻣뻣해져 버린 광대를 어루만지며 누워있던 침실.
그런 그녀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이 말 한마디로 멈춰있던 우리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