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같지 않고 내 생각과 다른 것은 단지 같지 않고 다른 것이라고 그저 인정해 두자.
"내 마음 같지 않다."
나는 '내 마음 같지 않다'라는 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싫어한다기보다 그저 기피하는 표현이다. 잠깐만. 가만히 되돌아보니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듯도 하다. 앞 문장에 굳이 붙인 '그저'라는 표현이 다소 사치스러워서 겸연쩍게 느껴진다. 더 정확하게 '내 마음 같지 않다'라는 생각 자체를 기피한다고 해야 맞겠다.
대체로 '내 마음 같지 않다'라는 말은 무언가를 성실하고 충실하게 하고 싶거나 하고 있는 누군가가 그 무언가를 함께 해야 하거나 적어도 간접적으로나마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상의 태도나 자세 또는 마음가짐이 탐탁지 않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때 그 누군가가 그 대상을 향해 내뱉는 경우가 많다. 더러는 자신이 세운 목표나 뜻하고 있는 방향, 가지고 있는 의지 등이 좌절되거나 원하는 대로 관철되지 않을 때 하소연이나 넋두리에 섞기도 한다.
그런데 '내 마음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성실하고 충실하게 하는 무언가를 부정적이거나 나쁘게 평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 역시 주로 바람직하거나 옳은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내 마음 같지 않다'는 표현은 내 마음과 같지 않고 다른 그 대상의 마음이 틀렸거나 잘못이고 혹은 부족하거나 모자라며 내 마음이 보다 옳고 바람직하며 낫다는 전제를 은근하게 숨기고 있다.
내 마음은 언제나 옳은가. 내 생각은 항상 정당한가. 내 감정은 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채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럴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의도치 않은 실수도 하고 의도적인 잘못도 저지른다. 모순적이기도 하고 오류에 빠지는 순간도 있다. 착각도 하고 오해도 하며 기억도 왜곡한다. 그게 사람이다. 늘 옳고 언제나 바람직하며 모두 맞는 사람이 없고 항상 부족하고 모자라며 틀리고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다. 우리는 모두 좋기도, 나쁘기도 하다. 때로는 이만하면 썩 괜찮다 싶고 아주 가끔은 꽤 멋진 듯도 한데 더 자주 찌질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나는 살면서 누군가가 내 마음 같지 않아서, 내 마음과 달라서 다행스러운 순간이 꽤 있었다. 아니 제법 많았다. 나는 못하는 게 없이 넘치는 사람이고 싶은데 부족하고 모자라게 느껴져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랬다. 내 마음과 같지 않은 누군가 있어서, 내 마음과 다른 그 사람 덕분에 내 뾰족한 생각과 못나고 모난 마음을 다듬을 수 있었다. 내 생각과 다르고 같지 않은 사람이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거나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내 마음 같지 않아서, 내 생각과 달라서 고마운 상황이 있었다.
내 마음 같지 않다고, 내 생각과 다르다고 실망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서로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내 마음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상대방이 나를 향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무엇보다 실망이나 좌절, 노여움과 분노는 그 대상에 대한 미움으로 치환되거나 교차하더라. 내게는 무언가를, 누군가를 미워하는 그 마음이 지옥이었다. 지옥에는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지. 내 마음 같지 않고 내 생각과 다른 것은 단지 같지 않고 다른 것이라고 그저 인정해 두자. 우리는 모두 같지 않고 달라서 세상이 재미가 있고 의미도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