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어떤 날은 기록된 글자들로 나에게 찾아와 의지하고 싶었다.
또 어떤 날은 계절로 나에게 찾아와 의지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연인들의 사랑으로 찾아왔고,
누군가의 슬픔으로 찾아왔으며,
아무것도 아닌 채로도 나에게 찾아와
조용히 머물렀다.
하루는
생의 죽음의 모습으로
또 하루는
생의 탄생의 모습으로
그렇게 찾아왔다.
온갖 모습으로 찾아온 존재에게 나는 매 순간 의지하고 싶었고
두 손 모아 물었다.
우리는 어찌 이토록 강하며 연약하냐고
이토록 아름다우면서 추할 수 있냐고
어찌 우리는 잔인하며 자상한 것이냐고
이런 모순적인 모습을 보다보니,
우리가 정말 온갖 모습으로 찾아오는 존재를 닮긴 했구나.
매순간 찾아오는 겨울은 온전히 같은 겨울인가.
거울 속에 있는 내 자신도 온전히 같은 내 자신인가.
모순은 내가 살아있는 증거일 수도 있겠다.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삶의 질문은
깊이를 만든다.
정답이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물어본다.
나에게 찾아오는 다양한 모습의 존재에게
삶은 정말 아름다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