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글이 써졌어
오늘은 고개를 들고 보는 것보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보는 은행나뭇잎이 더 많았죠.
저번주 보단, 날씨가 풀렸어요. 너무 두껍지 않은 블레이저를 입어도
춥지 않았죠. 가을에 입고 싶었던 이쁜 옷들은 지금 입어야 해요.
나뭇잎이 하염없이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다는 건, 날씨가 풀렸어도
겨울은 오고 있다는 증거겠죠.
그대 마음에도 겨울이 오기 전 날씨가 좋은 가을이 왔길 바랍니다.
가을이란 참 이상해요.
좋아서 오래 붙잡아 두고 싶은데,
좋은 만큼 더 빨리 스쳐 가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천천히 걸었어요.
바닥에 내려앉은 100점짜리 단풍잎을 찾으러 다녔죠.
천천히 아래를 보며 떨어져 있는 단풍잎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니,
내 발걸음도 자연히 느려졌죠.
어쩌면 그 잎들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더 차분히 즐길 수 있었죠.
길가 어딘가엔
이미 잎을 다 내려놓은 나무가 있고,
또 어딘가엔
아직 놓지 못한 초록이 남아 있더라고요.
각자의 속도가 다르다는 게
그렇게 눈에 들어오는 날이었습니다.
늦게 떨어지는 잎을 보며
괜히 마음이 놓이기도 했죠.
아직 완전히 겨울은 아니라고.
그대도 오늘
자신의 속도로 살았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계절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맞는 온도와 걸음으로요.
가을을 가을답게 보내는 건
어쩌면 ‘잘 견디는 것'이 아니라,
‘잘 누리는 것’ 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대에게도 오늘이 가을이었길 바랍니다.
그대 마음에도 가을의 온기 하나 작게,
오래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