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에서 결혼한 사람 이야기 #3
첫 번째 남자 : 에너지 공기업 다니는 냥군
첫 번째 데이트 때부터 뭔가 냥군이 좀 미묘하다고 느껴졌다.
분명 외관은 남자인데 영혼이 나보다 더 여자 같달까? 유달리 나의 전 남자친구들이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경향이 있었지만, 냥군은 "여성스럽다"라는 말로 담아내기엔 너무 독특했다.
그걸 처음 포착한 건 눈썹.
냥군의 눈썹은 여자인 나보다도 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 더 걸렸다.
대화 중에 냥군이 갑자기 물었다.
"본인을 동물에 비유하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비상)내 머릿속에 레이더가 울렸다(비상)
"음.. 저는 고양이? 독립적인 성향이거든요"
(아놔, 이런 질문 소개팅에서 처음이네.)
냥군은 다른 남자들에 비해 좀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고, 대답도 꽤나 새침했다.
"저는 예민한 아기 고양이요 ^^"
그 말을 듣고 먼산을 바라보며 동공을 확장시킬 뻔했다.
그래도 선개팅이니까 매너 있게 당황스러움을 프로처럼 참아낸 나.
그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손끝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강조하는 제스처까지. 처음 보는 캐릭터다.
정말 많은 소개팅과 미팅을 경험했지만, 냥군과 같은 부류는 처음이었다.
와장창.
그와 꿈꿨던 애 셋 낳기 프로젝트는 폐기되기 일보직전.
'그래, 그래, 너무 이상한 걸로 트집 잡지 말자. 사람은 싫어도 좋아도 한 번 더 보는 거야!'
너무 경솔하게 사람을 판단해서 좋은 사람 놓칠 수는 없으니까.
냥군은 헤어질 때 바로 에프터를 했다.
"언제 또 쉬세요? 그때 또 만날래요?"
오.. 잘생긴 냥군이 나랑 또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건가. 역시 잘생긴게 최고야! 짜릿해!
냥군에 대한 당혹스러운 마음은 그의 얼굴이 치료해줬다.
'그래, 잘생겼으니까 됐어! 한 번 더 보는 거야!!'
카톡으로 냥군이 보내준 피아노 영상을 몇 번이고 보면서, 폐기 시킬 뻔 했던 애 셋 낳기 프로젝트를 쓰레기통에서 다시 꺼내왔다.
(제 남편은 냥군일까요? 궁금하시면 계속 읽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