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곤소곤 Nov 16. 2024

내 글의 독자 두 명 확보

7일차 우리는 작가와 독자 사이

슬초브런치 밴드에 짤막한 글을 매일 쓰고 있다.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켜는 것도 손하나 까딱하는 것마저 너무 귀찮은 일이어서 하루종일 손바닥만 한 휴대전화를 쥐고 씨름은 한다. 물론 교육상 엄마의 모습이 나쁘게 비칠까 봐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작가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이러는 거라고 대충 둘러댄 후에 말이다.

우리 집에서는 1호와 2호가 나에 대해서 너무 궁금해한다. 엄마가 이번에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하는 죽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급기야는 두루미처럼 목을 길게 빼고 슬쩍 내 글을 훔쳐보던 2호가 낄낄거린다. 오~~ 엄마 글이 너무 웃긴다는 거다. 작은 화면에 머리를 박고 보는 꼴이 우습고, 일단 내 글에 대한 칭찬이 나온 김에 지금까지 써온 매일글쓰기 인증글을 쑥쓰럽지만 아이들에게만 오픈하기로 했다. (남편에게는 아직 부끄러우니 패스 한다.)

1호와 2호는 본인들 이름이 나온 것에 신기해했고, 생각보다 엄마의 글이 길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나는 생일선물로 아이들에게 앞뒤 꽉 채운 편지 한 장을 선물로 요구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길게 쓰냐며 투덜대기만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긴 엄마의 장문의 글을 읽고서는 둘이 눈이 그래졌다. 요 녀석들은 지금껏 엄마를 밥하고 빨래하는 존재로만 생각했던가 보다. 기대치가 낮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자기들이 생각한 것보다 기대이상이라 둘이 눈을 마주치며 낄낄대고 있다.

나의 첫 독자 둘의 반응은 나의 피로를 다 증발시켜서 사라지게 할 정도로 놀라웠다. 심지어 간호사인 내가 데이근무를 해서 너무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엄마글 엄청 길고, 재밌어
책 내면 잘 팔릴 것 같아

이게 웬 말인가. 고작해야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이 읽고서 반응한 말 한마디에 나의 어깨는 우쭐대고 입꼬리는 귀에 걸렸다. 나는 그저 나의 꿈을 위해서 글쓰기 과정에 충실했을 뿐인데, 의도치 않게 아직 사춘기인 두 녀석에게 엄마가 긍정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은 일단 다행이다.

저녁밥을 짓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했었나 보다. 남편이 번호키를 누르고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었다. 이런 나를 기가 막히게 쳐다보며 저녁밥 하는 게 그렇게 즐겁냐고 묻는다. 그럴 리가. 살면서 살림이 재미있었던 적은 결코 없었다. 그저 해내야 하는 거니까 하는 거지.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찬 나는 갑자기 남편에게 한 마디를 내뱉였다.

여보, 나 브런치작가 왠지 붙을 수 있을 것 같아


꼬맹이들이 뭘 알겠냐마는 일단 내게는 독자가 둘이 생긴 것이다. 왠지 느낌이 너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믹스커피가 아닌 디카페인 스테비아 믹스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