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뭔가를 이뤘다는 데에서 오는 성취감이나 행복감 같은 감정의 유지기간은 짧다고 한다. 이를테면 로또 1등이라 치면, 그는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의 기간 동안이나 유지될까? 그래봤자 며칠 일 거다.
글쓰기작가가 어렴풋하게 내 인생의 유일한 버킷리스트였던 나는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슬초브런치과정에 입문했다. 딱 6일째에 브런치 작가신청을 했고 167명의 동기들 중에 처음으로 합격을 했다. 당일에는 소리 지르고 방방 뛰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잠잠해진다. 계속 흥분 상태였다면 나는 아마도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을 테니까.
아~ 이제는 진짜로 알겠다. 나는 합격이라는 게 목표라서 앞만 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자신 있는 건 아니지만 난 그저 글 쓰는 게 재미있었던 거였다. 확실히 나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마치 방 안에서 혼자 홈트를 하던 나였다면 이제는 학교 운동장에 나온 느낌이다. 이제부터는 좀 더 넓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 운동하는 것도 보고, 더 많은 글쓰기를 할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특히나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의 댓글 기능에 너무 감사하다. 신문기사 등의 댓글은 비방글이나 악플도 많은데, 브런치 안에서는 정성 어린 댓글을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신나게 글을 쓰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칭찬을 받은 작가는 당분간 노트북의 자판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보통의 일상을 살아간다. 삶이 지겨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다. 이런 하루하루 안에서 한 숟갈의 웃음거리가 있다면 살아가는 재미가 더욱 있을 거라 생각한다. 거창한 교훈이라던가 삶의 깨달음에 대한 무거운 주제보다는 글 한편마다 작은 웃음의 포인트가 있어서 배시시 웃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이왕 사는 삶 재미있게, 웃으면서 살면 그냥 좋은 거 아닌가. 모두가 행복한 게 많이 중요하니까. 특히 내가 행복한 것이.
언젠가는 나의 버킷리스트도 이루어지리라는 꿈을 꾸어본다. 죽기 전에 내 이름이 새겨진 책 한 권 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은경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목표를 구체화시키기로 했다. 본업이 있으니 글만 쓸 수는 없다. 1주일마다 글을 연재하면 2년이면 100개의 글 꼭지가 완성된다. 출판사 알아보고 어쩌고 해서 넉넉히 3년 안에 책내기!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 성공률이 높겠다. 글 하나를 완성해 봤으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은 이제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작가라고 하니 그럼 돈은 언제 버냐고 한다. 이보세요. 돈보다 난 재밌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요. (물론 돈도 아주 중요하지만 돈만 벌려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거죠)
추신)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니 좋은 점 또 하나는 분량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굳이 분량을 채우지 않아도 글 발행이 가능하다고. 여백의 부담을 덜어내니 어깨가 덜 아픈 느낌이다. 그런데 길게 쓰고 싶어지는 청개구리 같은 이 마음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