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김승호라는 분이 있다. 모두들 아시겠지만 엄청난 베스트셀러 인 '돈의 속성'을 나는 작년에서야 읽었다.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던지. 이런 귀한 책을 이제야 알았다니 괜히 멀쩡한 바닥만 내리쳤다. 그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돈이 있으면 웬만한 행복은 살 수 있다고 했다. 드라마 같은 곳에서는 나온다. 돈으로 행복이나 사랑을 살 수 없다고.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어지간한 일은 해결이 되는 것이 우리네 사는 세상 속이다. 배고픈 것, 갖고 싶은 것, 애들 교육시키는 것 등등.
오늘 병원에서 데이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병원이고, 입원과 퇴원, 전원 등으로 환자들의 순환이 이루어지고 시골의 장날처럼 인산인해다. 워낙에 정신없는 데이 근무에 하나 더 일이 생겼다.
장염으로 입원한 6세 A양. 장염은 설사, 구토 등의 증상으로 수액과 약물치료로 금세 호전을 보이는 질병이다. 하나 A양은 증상이 좀 심했다. 물만 먹어도 구토를 하고, 쏟아냈다. 수액치료를 한다지만 토하느라고 약조차 삼키지를 못한다. 의사는 복부초음파를 권유했지만 보호자인 엄마는 선뜻 그러마 답변이 없었고 얼굴표정이 복잡하다. 차트를 자세히 보니 의료보호 2종이었다. 문제는 돈이었던 것이다. 싱글맘에 홀로 자식을 키우는 데 돈이 없으니 검사를 선뜻하지 못했다.
억장이 무너지고 속이 터진다. 애가 아픈데 치료할 돈이 없다니. 내 속이 터지는데 그 엄마의 속은 얼마나 무너졌으랴. 빨리 검사를 하라는 의사와 돈 없다는 보호자 사이에 새우등은 터진다. 보호자가 돈이 없다는데 어쩌란 말인가. 병원은 복지센터가 아니란 말이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 닥쳤으면 어떨까. 막 울어버렸을 것 같다. 이 상황과 나의 무능력함과 아픈 아이에 대한 원망과 함께.
병원에서 이런 상황은 자주 마주치게 된다. 고가의 병원비로 치료를 망설이는 일을.
경력단절여성이던 나는 다시 한번 다짐을 해 본다. 좀 더 열심히 일 하고, 더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 최소한 내 새끼가 아플 때, 꿈을 위한 책을 살 때, 공부를 더 하고 싶을 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좌절을 하게 할 수는 없다. 이게 내가 평생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면 억지로 성실해진다. 성실해질 수밖에 없다. 애 하나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