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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마음

299일차

by 소곤소곤


3교대 근무를 하는 나는 남들이 다 쉬는 주말에도 출근준비를 한다. 일 년의 모든 날 중에 내가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은 없다. 근무표에 데이, 이브닝, 나이트라고 적혀있으면 출근하는 날이고 오프라고 쓰여있으면 쉬는 날이다. 주말이나 명절이라는 이유로 병원이 쉬는 경우도 있지만 입원실의 경우는 언제나 열외다. 병원에 입원환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들을 어루만져 줄 간호사가 출근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출근하고 싶은 날도 있지만 가끔은, 아주 조금은 더 자주 출근하기 싫은 날도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쉬고 싶은 욕구도 있다. 더 솔직히는 출근하기 싫은 날도 있다. 특히 주말에 근무를 하는 날이 더욱 그러하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하는 데이근무는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다. 가족들이 모두 깊이 잠들어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남편은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다. 일찍 일어날 이유 하나 없는 주말 아침에 내 휴대전화의 알람만이 울린다. 빛의 속도로 다른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후다닥 알람을 멈추고 단번에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고양이의 발걸음처럼 뒤꿈치를 살짝 들고 출근준비를 한다. 조용히 세수하고 얌전히 화장을 한다. 물소리가 심하게 들리는 아침샤워 대신 전날 미리 몸을 씻어두었다. 도시가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 나는 조용히 현관문을 닫는다.


모두가 잠든 새벽의 공기는 유난히 맑다. 간간히 일찍 일어난 새들의 후덕거림이 보이고 아침 일찍부터 운동을 하는 아파트 주민 몇몇이 보일 뿐이다. 아이들의 숨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그 소리를 뒤로하고 문을 닫는 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주말 아침의 출근은 다른 날보다 발걸음이 더 무거워서 시간이 더디 가는 느낌이다. 밤새 켜져 있던 가로등이 하나둘씩 눈을 감는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도로 위는 한산하다. 생각보다 병원에 일찍 도착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병원에 도착하면 엄마라는 이름을 잠시 벗어둔다. 간호사라는 이름을 새로 입는다. 두 이름의 온도는 다르지만 결국 닿는 곳은 같다. 누군가를 돌보고 안아주고 이해하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두 가지 역할을 해낸다. 가정과 병원, 엄마와 간호사.

그 길은 쉽지 않지만 그 어느 길보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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