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선생님은 글로 팔자를 고치라며 농담 같은 덕담을 주셨다.
나는 진짜 팔자를 고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돈이 필요한 것도 맞고, 경제력을 갖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이유가 더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려 한다.
영상 편집 수업을 듣고, 혼자 집을 향해 걷던 중이었다. 횡단보도를 지나다, 갑자기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글쓰기가 떠오른 것이다.
신호 대기 중인 차 안에서 누군가 날 바라봤다면, 반드시 연애 중이라고 생각할 것만 같았다.
"와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니."
혼잣말을 방백처럼 입 밖으로 내놓길 좋아하는 내가, 어느새 길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브런치에 작가로 글을 쓰기 시작한 나는, 연애를 처음 시작한 사람처럼 설레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밤새 책을 읽느라 잠을 자지 않아서 엄마에게 혼나곤 했죠. 그럴 때는 이불을 덮어쓰고 플래시를 비추어가며 책을 읽었답니다.
나에게 이런 과거는 없다. 글이란 이런 사람만 쓰는 걸로 여겼다. 그런 내가 한동안은 글쓰기에 푹 빠졌다.
내 글도 책이 될까요?-이해사 지음 그런데, 지금은 또 어떤가. 벌써 권태기인가?
글은 쓰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구름처럼 떠다니기만 하고, 글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나는 글쓰기에 끌리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끼는 중이다.
이렇게 글쓰기는 나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한다. 이게 바로 연애에서 한다는 밀당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내고 싶고, 독자의 마음에 공감을 주고 싶다. 하지만, 이런 욕심이 나를 더욱 위축되게 한다. 그럼에도 구독, 댓글, 라이킷에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다시 글을 쓰게 된다.
글쓰기 책을 읽던 중에 공감 가는 구절이 있어 공유하고 싶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내 글도 책이 될까요?(이해사 지음)
나의 생각이 남아서 두렵지만, 그것까지 표현할 수 있음이 또한 즐겁다.
노래(는 못하지만)를 좋아하는 내가 정기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단전에 흥이 잔뜩 쌓여서 노래방을 가야겠어."
무엇이라도 쓰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가 단전에 쌓고 있던 것은 무료함과 공허함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제 나의 단전에는 읽고 쓰고 싶은 마음이 쌓인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나의 조급한 마음에, 공격적으로 책을 읽던 중, 나의 무릎을 탁 치는 이유를 드디어 찾았다.
자율성, 연결성, 유능성이 만나는 지점에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부를 끌어당기는 글쓰기( 부아 c 지음)
바로 이거였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었다.
자율성 :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연결성 :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유능성 : 스스로를 유능하다고 느끼는가.
이 세 가지 생각이 모두 충족되면 행복에 닿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주도적으로 내 삶을 결정하고, 좋은 이들과 따뜻한 소통을 하며,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낸 후였다.
"엄마는 엄마로서 하루종일 최선을 다했고, 이제 작가로 변신해야 할 시간이야. 박작가는 드간다."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노트북이 있는 남편의 서재로 들어왔다.
인생을 게임으로 치자면, 나는 지금 필살기를 연마 중이다. 인생 고비 끝판왕도 깨부술 수 있는.
그래, 글쓰기야.
네가 아무리 나를 두고 밀당을 한다 하더라도,
널 잡은 손을 놓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