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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 밖을 나온 루기 Dec 06. 2024

수고했어요 오늘도

내가 단풍에게 건네고 싶은 위로

따뜻하게 목욕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찬 겨울바람에 단풍이 떨고 있다.


마음껏 노랗고 붉게 물들지도 못한 

갑자기 들이닥친 계절이 원망스럽다.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다.

20대 초반쯤이었던 것 같다.

제법 큰돈을 들여 산 장지갑 안에는 한 장씩밖에 없는 어릴 적 사진과 간직하고픈 쪽지들, 그리고 나에게 특별한 소중한 것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지갑을 잃어버렸다.


지갑 안에 있던 돈은 찾지 못하더라도, 돈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이라도 제발 돌아오길 바랐다.

친구들은 지갑을 잃어버린 나를 걱정해 주고 위로해 주었다. 나는 그렇게 위로받으며 지갑을 잃어버린 속상함을 친구가 나눠 가져 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며칠이 지났지만 지갑은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지갑 속에 담겼던 모든 추억까지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기억하는 처음의 외로움. 특이하게도 분명 외롭다는 느낌이었다.

일상 속에서도, 문득 그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나의 마음은 시렸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속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  그때 내 마음은 내 것임을 깨달았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서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나의 어려움 무게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단풍이 외로워 보인다.

갑작스레 차가운 바람을 맞아 흔들리며, 처연하게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단풍을 보는데 마음이 시리다.


내 눈앞에 단풍 같은 얼굴들이 스친다.

그들의 외로움이 느껴져서  마음이 서글프다.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수고했어, 오늘도.”

 예기치 못한 겨울바람을 만난 단풍에게.

예기치 못한 힘든 일을 만난 너에게, 또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함께.


수고했어 오늘도
-옥상달빛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 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 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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