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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과봄사이 Nov 16. 2024

저녁이 설렌다

친구없는 워킹맘의 새 친구 만들기

20대가 무르익어 모두 ‘일’이라는 걸 시작하면서


친구들도 언니도 오빠도

모두 서울로 가버리고


나는 20년째 꿋꿋하게 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

도와주는 거라고 믿는 남편도 함께.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리를 아이들이 채우면서

직장과 가정 외에 친구라는 빈틈을 만들지 못했다.


아이들도 엄마 친구는 청소기 이모라는 농담을 던져오고

가까이 있고 자주 찾는 대상이 친구라면

딱 맞는 말이지 하고 같이 웃어버리곤 했다.


글을 쓰기로 하고는

직장과 가정의 틈에서 한치도 벗어나기 힘든 나와 어쩌다 겨우 책상에 앉아도 한 줄도 내려가지 못하는 커서를 발견했을 때

마치 새 친구를 사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들여 아이들의 밥을 차리듯,

퇴근 후 친구를 만나 1시간동안 수다를 떨 듯,

글이라는 친구와 자주 가까이 보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여전히 퇴근길에는 못다한 일감과 무거운 노트북을 안고 있겠지만, ‘글친구’와의 수다타임을 즐겁게 기다려 보련다.


5분 일찍 나선 출근길 버스의 한산함이나

점심 때 맛있게 먹었던 깻잎김치 맛에 대한 이야기도 좋겠다.


어질러진 딸 방을 참은 나의 인내심과

조용히 딸램 바지 하나 빌려입는 것으로 마무리한

중딩 딸과 평화롭게 사는 일상도 좋지 않을까.


가벼운 약속으로 설레며 저녁을 기다려보자.


“어, 있다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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