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 애미야~계절이 또 바뀌었구나.
애미야~ 계절이 또 바뀌었구나.
내 안의 또 다른 인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아, 또다시 옷장을 정리할 때란다.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를 가진 나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블라블라..'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 되뇌는 문구. 하다 하다, 사계절까지 얄밉다.
계란밥에 버터처럼 녹아 버릴 듯한 여름방학을 끝내고, 이제 겨우 적응했다 싶었는데, 어느새 찬 공기가 밀려온다. 계절이 왜 이리 자주 바뀌는 건지 , 애미가 되고 나서, 무한 반복 되는 사계절에 날이 선다.
계절의 변화를 감상하기보다는 변화로 인한 일상의 무게가 더 크다.
되풀이되는 옷 정리. 이럴 때마다 나는 수납방법에 무슨 문제점이 있나? 어떻게 개선할 수 없을까? 드라마의 멋진 드레스룸이 있었더라면, 이 반복되는 수고가 반으로 줄었으려나?
분명 지난번에 쓸만한 옷들을 몇 박스나 기부했는데, 다시금 쌓이는 옷 더미들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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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건지. 애미가 되고 나서 피부로 느끼고 나니, 비로소 지구의 눈물에 눈이 가는 건 또 웬일인지.
나, 철들었나?
나의 진지한 고뇌를 비웃듯이 아이들이 아우성이다.
“아~~~ 엄마! 팔이 안 들어가! 어깨가 불편해. “ “엄마! 꽉 껴” 엄마, 엄마, 엄마~~ 그만 좀 불러라.
그래, 아이들이 이렇게 잘 자라서 옷이 작아지는 덕에, 옷 정리를 할 일이 더 생긴 거겠지.
한 뼘씩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교체하는 것도 어쩌면 감사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의 나의 수고만큼이나 아이들이 성장하는 거였고, 그게 바로 엄마가 되어 비로소 느끼는 삶의 기쁨이었음을.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고, 나는 또 옷장 앞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