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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별 10시간전

태어난 김에 사립초

사림초 광탈 후

마지막 시드번호 7번입니다!


2025년 사립초등학교 입학생을 위한 서울 38개 사립초 입학추첨이 11월 18일 오전 10시 동시에 이루어졌다.




"코로나 시기에 아이들 수업을 보니 사립만 한 곳이 없더라"

"초1부터 영어 분반 수업을 하고, 악기, 운동, 교내활동까지 다양하대!"

"공부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이 모인 좋은 그룹에 있다 보면 큰 트러블도 없고 명문 중, 고로 이어진다잖아~"

"등교할 때 이 학교는 휴대폰을 수거한대!"

"갈지 말지는 일단 뽑히고 나서 걱정해!"




코로나19로 인해 지원제한 완화와 지원자의 수가 증가로 경쟁률이 치솟아, 작년부터 3곳으로 지원제한을 두고 원서접수가 시작되었다. 사립초등학교 입학 경쟁은 정말 대입 못지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작년 첫 아이에 이어, 올해 둘째도 집 근거리에 있는 사립초 한 곳에 입학서류를 접수했다.

"남자아이 60명 뽑는데, 지원자가 951명이라고? 이건 정말 로또네!"


비대면 추첨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시드번호가 적힌 볼을 학생들이 뽑고, 그 번호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추첨이 이루어졌다.

이게 뭐라고 손에 진땀이 나고, 나도 모르게 번호가 나올 때마다 "아~", "오!" 아쉬움에 추임새를 넣으며 기회를 달라 외친다.


한강에서 비싸게 주고 사 먹는 맛있는 라면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60명의 합격자와 대기자 번호까지 빠르게 화면을 채웠지만, 아쉽게도 둘째의 이름은 당첨자 명단에도, 대기번호에도 없었다.

생방송 화면 너머 참관으로 나온 한 학부모의 기운 빠진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린다. 

"떨어졌어."


@pixabay.com


요즘은 유치원부터 입시가 시작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찾기 위해 유치원 프로그램부터, 교사들의 자격과 현 기관의 근속 연수까지 꼼꼼히 따지며 고민하게 된다. 합격을 하면 기쁘지만, 떨어지면 대기번호를 붙들며 연초까지 초조하게 기다려야 한다.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기관입학들은 점점 더 치열하고 힘들어지니 씁쓸하다. 


우리 아이의 첫 학교! 나는 왜 사립에 지원했을까?

한쪽에서는 초등 때는 돈을 아껴야 할 때라는데, 그럼에도 무엇이 불안해서 또 팔랑귀가 되어 지원했을까?

사립초만 되면 이사를 가겠다는 맹모삼천지교의 현대판 열혈 부모도 아닌데.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더 나은 교육, 좋은 출발선에 서고 싶은 엄마들의 욕망 아니겠는가.

소극적인 공교육의 시스템을 믿지 못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고, 순한 성격의 아이들이 학폭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공립학교의 미온적인 대처를 경험한 지인의 사례를 보니 불안한 마음이 커졌다.

아직 게임과 휴대폰에 노출이 되지 않은 내 아이가 가능한 늦게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사립초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잘 안다.

좋은 프로그램도 내 아이에게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사립초에도 학교폭력과 또 다른 어려움은 존재한다.


@pixabay.com


'심정섭의 대한민국 학군지도'의 저자 심정섭 소장이 맹모삼천지교는 아이가 맹자여야 가능한 이야기 라며 현실을 짚는다. 맞다, 우리 아이는 맹자가 아니다. 

앞으로도 아이를 위해 무리하게 희생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어려움에서 아이를 지켜줄 수도, 안전한 길, 꽃길만 인도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되어 보니 끊임없이 고민하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은 다 하지 않을까 싶다. 한계와 현실을 인정하며 우리 아에게 맞는 최선의 선택을 찾기 위해. 

 

그 앞 주에는 25년 대학수학능력 시험도 있었다. 그 시간 수험생들만큼이나 부모들은 또 얼마나 애가 탔을까? 유치원, 사립초는 추첨이지만, 그간의 노력이 실수로 이어지지 않기를 얼마나 간절히 마음으로 기도 했을까?


사립초 추첨에서 느꼈던 긴장감은 이제 시작일 뿐 진짜 큰 고비는 대입일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그때 기절 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마음의 수양을 하는 쪽을 택해야겠다. 


@black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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