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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들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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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의 여행자 Dec 24. 2024

틈만 나면, [진동벨 돌리기]

누가 진동벨을 낚아채나

 영화관람 2시간 전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푸드코트에 들렸다. 식당 오픈시간이라 아직은 푸드코트가 한산하다. 미리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을 아이들과 함께 골랐다. 주문한 음식은 차돌된장찌개 2, 돌솥비빔밥 1이다. 아침에 빵을 먹고서 이번엔 밥을 먹어야 할 차례. 결제 후 직원이 진동벨을 건넨다. 진동벨을 테이블에 두며 자리에 앉자 옆에 앉아있던 기쁨이가 잽싸게 낚아챈다. 뭔가 하려나.

 "형, 우리 놀이하자."

 새로운 놀이가 생각났나 보다. 맞은편에 앉은 형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본다.

 "어떤 놀이?"

 "이거 내가 돌릴게. 그럼 형아가 돌아가는 진동벨을 손으로 잡는 거야. 그럼 형 순서가 되는 거지."

 "놓치면?"

 "형이 못 잡거나 이게 저절로 멈추면 다시 내가 돌리는 거지. 형 잡을 때까지."

 "그래."

 갑자기 시작된 놀이. 기쁨이가 진동벨을 힘차게 돌릴 모양으로 의자를 테이블 가까이 당긴다. 그리고 양팔을 탁자 위로 올리고는 진동벨을 두 손으로 만지작 거린다.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매의 눈으로 진동벨을 노려본다. 마치 '이거 못 잡을걸.' 하는 표정으로. 진동벨을 테이블 위에 세워놓고는

 "하나, 둘, 셋, 으쌰."

 세차게 돌린다. 진동벨이 빙그르르르 팽이처럼 돌아간다, 테이블 위를. 사랑이가 양팔을 탁자 위에서 벌리고는 진동벨을 낚아챌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빙그르르 빙그르르. 팽이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던 진동벨이 쓰러질 듯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자,

 "탁"

 사랑이가 진동벨을 양손으로 잡았다. 필시 진동벨의 느려진 속도를 노렸으리라.

 "아."

 "이번엔 내 차례."

 빙글빙글 돌아가던 진동벨을 낚아챈 사랑이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분명 즐거운 것이리라. 사랑이가 진동벨을 테이블 위에 눕혀놓고는 양 소매를 팔꿈치 위로 걷어 올린다. 큰 대결을 앞둔 사람처럼. 양 손바닥도 슥슥 비빈다. 각오가 대단한 걸.

 "그래. 세게 돌려봐. 내가 한 번에 잡을걸."

 기쁨이가 고개를 테이블 위에 대고는 형을 쳐다보며 말한다. 그리고는 다시 상체를 세우고 손을 위아래로 턴다.

 "어디 한번 해 보시지."

 사랑이가 위아래 입술을 깨문다.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하나, 둘, 셋."

 빙그르르. 진동벨이 테이블 위를 뱅글뱅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치 피겨스케이팅 선수 마냥 진동벨은 어지럽지도 않은지 잘도 돌아간다.

 "탁"

 아. 기쁨이가 놓쳤다. 테이블 위를 돌던 진동벨이 기쁨이 손에 닿자마자 그냥 맥없이 탁자 위로 쓰러진 것이다.

 "아, 놓쳤어. 하."

 "하하, 다시 내 차례."

 "더 게 돌려줘, 형."

 "그럼 못 잡을걸?"

 "이번엔 꼭 잡을 거야."

 기쁨이가 의자 위로 두 다리를 올리고는 무릎을 꿇고 앉는다. 제대로 해보겠다는 심산.

 "자, 돌린다. 하나, 둘, 셋."

 빙그르르 빙그르르. 다시 진동벨이 테이블 위에 꼿꼿하게 서서 돌아가기 시작한다. 

 "이번엔 잡을 거야."

 "탁"

 "잡았다."

 드디어 기쁨이가 진동벨의 빙글빙글 돌아가는 찰나의 타이밍을 잡았다. 힘차게 돌며 기쁨이 쪽으로 다가오던 진동벨을 양손으로 잡은 것이다. 2번 만에 기회를 잡은 기쁨이는 형을 바라보며 얼굴을 양쪽으로 좌우 흔든다.

 "하하하. 잡았지? 거 봐. 이번엔 내 차례."

 "어디 한 번 해봐."

 "좋았어."

 그렇게 진동벨은 다시 테이블 위를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다.


 점심시간으로 음식준비하는 분들이나 손님들로 분주해진 푸드코트. 구석 창가에 앉은 테이블에서 남자아이 2명이 진동벨을 돌리고 있다. 그저 보기에 저 아이들이 진동벨 가지고 뭐 하나 싶지만, 이는 둘만의 놀이. 밥을 기다리는 시간의 묘미랄까. 게임의 승자도 패자도 따로 없을지언정 단지 진동벨이 열심히 테이블 위를 뱅글뱅글 돌아다닐 뿐. 다만 시간은 정해져 있다. 길어봤자 약 10분 정도. 주문한 음식이 준비되면 진동벨에서 빨간불이 반짝반짝 깜빡거리면서 징징징 진동이 울릴 것이다. 그러면 그 진동벨은 다시 식당으로 반납해야 한다. 이 놀이가 진행되는 10분 동안 남자아이들이 테이블 위에 진동벨을 두고서 서로의 민첩성을 체크하고 있다.


틈만 나면, [진동벨 돌리기]

1. 순서를 정한다.
2. 진동벨을 테이블 위에 세워서 세차게 양손으로 돌린다.
3. 상대방은 돌아가는 진동벨을 잽싸게 손으로 잡는다.
4. 손으로 잡을 경우 진동벨을 돌릴 수 있는 순서의 기회가 주어진다.
5. 만약 진동벨이 테이블 위로 저절로 쓰러져서 멈추거나 상대방이 잡지 못한다면 먼저 돌린 사람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6. 게임 끝은 진동벨이 울리기 전까지.

*주의 사항 : 진동벨을 테이블 밑으로 떨어뜨리면 안 되기에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놀이 시 진동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양팔을 테이블 위에 놓고 진동벨이 돌아갈 수 있는 범위를 만들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만약 진동벨을 테이블 밑으로 떨어뜨렸다면 게임은 중단, 반납 시 꼭 식당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
이때 부모는 안전만을 확보하고 절대 지켜보기만 할 것.

 

 진동벨이 징징징 울린다. 어서 주문한 음식을 가져가세요,라며 빨간 불이 반짝반짝 깜빡거린다.

 "아, 아쉬워."

 "다음에 또 하자."

 진동벨을 가지고 음식 받으러 카운터로 간다. 이제 맛있게 밥 먹자.


▲ 테이블 위에서 빙빙 돌아가는 진동벨을 잡아라 ⓒmoonlight_traveler








A가 인생의 성공이라면 A=x+y+z다.
x는 일,
y는 놀이,
z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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