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덕에 40살에서 38살로 타임워프를 했다.
제주도에서 친구들과 다시 30대가된 것을 자축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또다시 2년이 흘렀다.
나는 이제 39세 11개월,
며칠 뒤면 곧 빼도 박도 못하는 40살이 된다.
그래서 그런가. 거짓말처럼 계속 아프다.
그것도 자질구레하게. 거울에 붙은 먼지를 떼자니 귀찮고 놔두자니 거슬리는 것처럼
병원을 가자니 귀찮고 안 가자니 컨디션이 영 올라오지 않아 드문드문 병원을 간다.
옛날에 우리 엄마는 왜 별것도 아닌 거 같은데 맨날 병원을 가지 했는데 이제 내가 그런다.
몇 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하던 감기가
9월부터 깨끗이 떨어지지 않고 껌딱지처럼 목구멍에 찰싹 붙어있다. 아주 귀찮다.
자꾸 목을 가다듬는 나, 가수인가.
관심받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자꾸 아픈 척하는 것 같아 병원도 바꿔 갔다.
이번주는 이비인후과, 그다음 주는 내과.
큰 이상은 없고 기관지염이 조금 있네요. 비염도 살짝. 역류성 식도염도 조금 보이네요.
괜찮아지면 더 안 오셔도 돼요. 괜히 병원을 가고 그랬나. 내가 언제부터 엄살쟁이 아줌마가 된 거지.
오늘은 난생처음 방광염 진단을 받았다. 나 원 참. 별게 다 왔네. 염증인간이 되었구먼.
요 며칠 컨디션이 영 가라앉고 화장실에 가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더니. 이런 느낌이구나 방광염이라는 게. 별로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특별한 원인이 있다기 보다는 면역력 문제란다. 역시 나이가 문제로군. 면역력 어디 간거니?
늘상 그렇듯 주말에 좀 쉬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다. 삐삡 잘못된 생각입니다. 당신은 이제 나이가 든 몸뚱이를 가졌습니다. 나이라는 녀석은 안일한 나의 뒤통수를 세게 갈긴다. 네 몸 이제 꾀나 많이 써서 낡았거든? 고장 난 냉장고가 털털거리듯 40살이 되는 내 몸도 달달거린다.
왼쪽 오른쪽 엉덩이를 항생제와 염증주사에 차례로 내어주고 주섬주섬 옷을 입는데 입이 영 쓰다.
아 진짜 나이 먹는 게 이런 건가. 개운한 컨디션으로 살았던 것이 언제였나 생각도 나지 않는다.
이런 게 나이 먹는 거라면 나이 먹고 싶지 않다.
먹은거 뱉을 순 없나요?
힘내서 건강을 잘 챙겨보자!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이런 머리띠 동여 매는 얘기는 나중에 하련다.
오늘은 그냥 40살이 되며 자꾸 아픈 몸땡이가 징징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쓴다. 속이 시끄럽다.
잠이나 자자. 면역력 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