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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부터 Nov 02. 2024

뷔페 먹고 갈래?

사돈아가씨, 그러니까 동생의 시누이가 가을의 신부가 된단다. 친정 엄마가 가네 대표 축하 사절단으로 택한 사람은 바로바로~ 나지 뭐. 아들 없는 집 큰 딸.


우리 엄마는 시계다. 그것도 30분쯤 빨리 가는 시계. 오늘도 약속시간이 되기 전 집으로 들이닥친 엄마다. 아직 입술이 없는 상태로 엄마를 맞았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옷은 다 입고 화장을 하던 중이어서 허둥지둥 준비한 것이 티 나지는 않았다. 나 자신 칭찬해.

"엄마 오늘 너무 예쁘다." "이거 이번에 홈쇼핑에서 9만 원에 샀잖아. 이거는 얼마고 어쩌고" 엄마는 그냥 시계인 줄 알았는데 스마트 워치인가 보다. 어쩌면 저렇게 숫자가 탁탁 튀어나오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침대가 친구 하자는 토요일 아침이지만, 딸의 엄마가 아닌 엄마의 딸로 함께 나서는 길이 제법 즐겁다. 또각또각 예식장에 도착. "축하드립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돈 어르신과 정답게 인사를 한다. 그런데 사돈 어르신의 표정이 수상하다. 수행비서가 나설 차례. "안녕하세요 저 ㅇㅇ 언니예요. ㅇㅇ 이모요." "!!"  동생과 조카의 이름을 차례로 대 본다. 평창동 싸모님처럼 말하던 엄마도, 누군지도 모르고 반갑게 인사한 사돈 어르신도 모두 호호호. 저희가 평소와 좀 달랐지요.


결혼식을 볼 때마다 내 두 눈은 뜨끈해졌다 말랐다 혼자 난리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는 이것. 턱시도를 입은 신랑이 큰 절을 올린다.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조신하게 고개를 숙인다. 부모님이 자녀를 포옹하고 토닥인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어머니 연신 눈물을 찍으신다.

'한 아이를 키우기까지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 아이가 어느새 자라 자기 가정을 꾸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적일까. 나중에 우리 딸이 저기에 서면 나도 울겠지? 자식을 결혼시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엄마, 엄마는 저 때 어떤 마음이었어?"



"아무 생각도 안 나지."

아. 우리 엄마 스마트 워치였지.




엄마와 딸의 감동 모먼트는 철 모르고 피어버린 꽃처럼 피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엄마랑 나는 맨날 그렇다. 뭐 하루 이틀인가.


그래도 뷔페는 잘만 먹었다. 경상도식 참나물 육회냐 전라도식 영양부추 육회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니 둘 다 먹어야지. 너는 케이크 먹니? 전복죽을 먹어야지라며 한 소리 듣는다. 엄마 여기 짜장면 있다. 아유 그런 거 안 먹어. 쉐프의 찹스테이크를 먹다가 갑자기 이번에 담근 엄마 동치미 맛있으니까 얼른 먹으면 또 해준다고 한다. 엄마 이거 맛있어하며 건넨 고추 튀김 왜 이리 맵니. 이거 맛있어 먹어봐. 음식을 서로의 접시에 나누고, 시원한 콜라를 한 잔 건넨다.


친정집에 놀러 가면 맛있는 것 사드린다며 외식 타령을 해도 집밥이 최고야를 외치며 한 상 차려 주시는 엄마다. 뿐만이랴, 맛있게 먹는 자식들 몫으로 챙겨 놓은 반찬통은 덤. 엄마의 수고가 담긴 들꽃처럼 소박한 밥을 배불리 먹는다. 엄마의 사랑은 늘 맛있다.


오늘은 두 여자가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남이 해준 갖가지 화려한 꽃같은 만찬을 즐긴다. 축하 사절단인 줄 알았는데 엄마랑 딸의 데이트였네.

그래 엄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엄마 눈 좀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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