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분명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제대로 모시겠다고 했으면서! 정작 네이버웹툰에서 쿠키 1개도 받지 못했지만, 약간의 상위 클라스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느껴진 건 왜일까.
한편으로는 10,400회를 본 시간을 모으면 그게 얼마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씁쓸한 마음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언제 상위 0.1%가 되어 보겠어?
매일 똑같고 지루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겠지. 네이버웹툰을 둘러보면 분명 내가 못 보거나 안 본 작품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님들은 얼마나 많으신 걸까. 보고 또 봐도 새로운 연재가 시작되고 늘 즐거운 시간을 선물해 주시는 웹툰 작가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저녁 11시가 되면 다음날 요일의 웹툰이 차례대로 업로드되고,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UP이라고 표시된 회차를 누른다.
내가 어렸을 때는(지금도 일부 그렇지만) 만화를 본다는 건 어린아이들이 보는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어른이 돼서도 만화를 보냐는 잔소리도 많이 들었고. 사실 아직도 부모님은 지금도 나에게 같은 말을 하신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것은 웹툰이 대중화가 되면서 출퇴근 지하철에서도 당당하게 웹툰을 볼 수 있는 시대라는 것. 슬쩍 옆을 둘러보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을 보는 분을 발견하면 내적 친밀감이 생기곤 한다.
‘아! 그거 보시는구나. 이번 편 진짜 재밌죠?!’
출처-pixabay
얼마 전 첫째의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모여서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어쩌다 화제가 이리로 넘어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하튼 웹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머! 나만 웹툰 보는 줄 알았는데.”
8명의 엄마들 중에 무려 6명의 엄마들이 웹툰을 보고 있었다니. 6명의 엄마들은 쿠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정보를 나누며 아이들처럼 신나 했다. 마치 집에서 아이들에게 만화책을 보지 말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엄마인 것처럼.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는 1만 시간의 법칙.
그렇다면 나는 이미 웹툰 독자로서는 전문가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웹툰도 책도 브런치도 마찬가지지만 수많은 작품 안에 여러 가지 희로애락이 담겨있고 메시지가 들어있고 모든 이야기들이 있다. 작가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기도 하고,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거나 무림 고수가 되기도 하면서.
웹툰은 책보다는 당연히 더욱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느낌이 더 많다. 대체로 내 삶에 도움이 된다거나 어떤 교훈을 주는 콘텐츠가 아님에 동의를 하는 바이다.
하지만 글과 만화라는 형식의 차이만 있을 뿐 나는 웹툰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졌다고 느낀다. 더욱이 다양한 분야에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 주기도 했고.
암만 생각해도 쇼츠보다는 글씨도 있고 스토리도 있는 웹툰이 낫지 않을까?
주변에 점점 40을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다들 새로운 일이 없다고 한다.나도 역시 매일이 출퇴근, 육아, 집안일에 치이며 전쟁 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 바쁜 날들 속에서도 틈틈이 나의 도파민을 책임져주는 웹툰이라는 취미를 강력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