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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 Nov 10. 2024

나랑 노을 보러가지 않을래?

작은여행

"어제 운전하면서 차선 바꾸려고 사이드미러를
 보는데 노을이 너~무 이쁜 거야"

사고 날까 봐 슬쩍 슬쩍 곁눈질하면서 보는데 좀 아쉽더라."

하루의 끝을 위해 모든 색을 다 쏟아낸 예술가의 작품처럼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는 가을의 아쉬움인지 세월의 아쉬움인지 유독 자연 풍광들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오~이쁘다 '하고 가볍게 툭 던지고 말았을 텐데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감에 따라 없던 감성이 뿜뿜한다.

남편이

"그럼 우리 이번 주 주말에 노을 보러 갈까?

한때는 주말마다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어디든 함께 다니던 삼총사였는데, 어느새 아이가 훌쩍 자라 사춘기가 오면서 우리 부부에게 둘만의 시간이 많이 생겼다.

오늘의 목적지는 신시모도(신도, 모도, 시도)이다. 집에서 20분이면 삼목항의 도착한다.

배편에 차를 싣고 무심히 바라본 하늘 위로

파랗고 높은 하늘을 마당 삼아 갈매기가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에 가슴이 뻥하고 뚫렸다.

숨을 한껏 깊이 들이마시니 바람이 전하는 청량함이 목을 타고 부드럽게 흐른다.

가을을 한 호흡에 들이킨 듯 기분이 상쾌해졌다.

신시모도는 인천 바다에 자리한 세 개의 작은 섬으로, 각각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일명 "삼 형제 섬"으로 불린다. 서로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한눈에 담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이기도 하다.

한적한 바닷가와 푸른 자연이 어우러져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작은 섬마을을 구석구석 누비고 싶어 스쿠터를 빌렸다. 처음 타보는 스쿠터라 살짝 긴장했지만 제주도 여행 갔을 때 한 번쯤 타보고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  실현되었다. 언제나 아이 중심이었던 여행에서 벗어나 우리 둘만의 취향으로 가득한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쿠터 한 대를 빌려 내가 운전을 하고  남편은 뒷좌석에 앉아 내 허리를 포근하게 감싼다.

"당신이랑 다시 연애하는 거 같아. 나는 너무 좋은데 당신은?

스쿠터를 타고 달리며 살짝 들뜬 마음을 남편이 내비친다.

"나도 좋지 ."

 평소 무뚝뚝하고 애정표현 없는 경상도 여자는 오늘도 그냥 좋다는 말 한마디뿐이다.

기대 섞인 말에 돌아간 답은 짧았지만 진심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스쿠터로 달리니, 자전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처음에는 긴장한 채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달렸지만 요령이 생기면서 자연스레 속도를 높여본다.

바람을 온몸으로 가르며 달리는 순간 마치 바이커가 된 듯 짜릿한 기분으로 도로 위를 자유롭게 질주한다.

"이거 생각보다 더 재밌다. 계속 타고 싶어!"

마치 자전거를 처음 배운 아이처럼 너무너무 신나고 즐거웠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오늘의 목적인 노을을 보기 위해 모도로 향했다.

조용히 앉아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바라본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우리 둘의 고요한 시간만이 머문다,

편안하다. 행복하다.

"우리 이제 둘이서 자주 다니자 ."
"좋지"

당분간은 이 순간의 평온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렇게 다시금 둘이 되어 마주하는 이 순간, 젊은 시절 우리가 떠오른다.

커피 한 잔을 나누고 익숙한 노래를 들으며 추억 속의 우리를 마주한다.

시간은 흘렀지만 마음은  잠시 한번, 시간 너머의 청춘의  그날로 돌아간다.



하늘이 붉게 물들 때, 그건 하루가 당신에게 '잘했어'라고 속삭이는 순간이야

                                                                                                               -영화 비긴 어게인-


우리, 오늘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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