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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함의 설정값을 가진 청년, 그리고 나의 일상

이 겨울의 기록

by 슬기롭게

분명 어제 아침에 감동받고 마음먹었던 부분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치매? 아니다.


아. 뭐였더라... 생각났다. 맞아. 그거였지?

이제야 슬슬 생각이 가물가물... 날듯 말 듯 하다.


아. 다행이다. 여기 적어뒀었지?!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공지란에 적어두었다.

휴~ 다행이네. 요즘 마케팅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책 제목만 봐도 T스럽지 않은가?

요즘공부하는 책이다. 이번 달 안에 얼른 격파하길!


올해가 익숙해질 가을을 지나고

내년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내년의 나를 기대하며.

올해는 계획만큼을 못 이룬 것 같아 아쉽고 아쉽지만,

이 정도도 너무 잘 해냈다고 응원해주고 싶다.


스마트폰의 캘린더와 알람설정, 리마인더(메모) 기능이 없었다면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갔을까 싶다.

"하이 빅스비, 너 어딨 어?"

"띠링띠링~ " 소리에 스마트폰을 찾고~


복지관수업 후 어머님아버님수강생분들의 파일을 하나하나 강사컴퓨터에 옮기고 출력하는 시간을 갖고서는 두고 온 나의 USB 이거 두 개나 잃어버린 거 실화냐.

다행히 1주일 뒤 갔는 데 있어서 감사하다. 사진반선생님께서 뽑아서 옆에 놔주셨나 보다.


휴...


이렇게 또 한해를 너무 여유롭게 보낸 건가 싶었는데, 나름 타이트하게 수업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이 50분인 게 늘 아쉽다. 미술이든 컴퓨터든 1시간 30-2시간은 해야 깊어지고 더욱 재미를 얻어가실 텐데.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인가. 이렇게 우리의 배움이 여기저기 곳곳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소외된 이웃들이 없기를 기도한다.


얼마 전 오는 길에 잠깐 들른 다이소에서의 만남이 생각난다.

누군가 계단을 올라오고 문구류를 보며 죄송합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전화통화 중이신가 보다 생각했다. 난 옆에 액자코너사이에 앉아서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계산하러 내려가니 또 계산대옆을 스치며 죄송합니다. 응? 잘못 들었나.

귀에 이어폰을 꽂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스칠 때마다. 자동적으로 말하시는듯했다.

그분은 이게 삶이구나. 싶었다. 속단일까.


그분을 잘 모르기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죄송하지 않을 땐 본인을 죄인으로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20대의 청년의 모습을 한 그에게.


딸이 계산을 하며 나오는데.

그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예은아 엄마가 어떤 분을 보았는데, 자꾸 죄송하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죄송한 상황이 아닌데.

엄마 예전에~ 엄청 큰 교회 다닐 때 어떤 장애인분 전도했다고 했잖아~ " 그날 생각난다.

"한 명을 전도했는데 2-3명이 되었어.

말을 엄청 잘해서 전혀 장애인인지 몰랐는데. 같이 온 다른 장애인분이.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늘 눈치를 보셨거든. 그런데도 늘 자주 오셨어. 나에게 어느 날 속이야기를 하는 거야. 저 사실은 장애인이에요.라고. 난 전혀 몰랐다고 했어. 그냥 엄청 내성적이고 낯가리시는 분이라고 생각했거든. 장애 몇 급이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급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지. 그리고 나중에 아주 나중에 몇 년 후에 알게 된 건. 다른 사람이 얘기해 줬는데 그 공간 안에서 모두 웃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했다는 거야. "


그렇구나. 이분들의 설정값은 죄송함이 있구나.

남편과 셋이 걸어오는 길. "얼른 집에 가자. 아빠보다 빨리 가자. 뛴다! "


까마귀이야기하다가 교회이야기하다가.

40대를 잘 무난히 보내고 있습니다.

음. 그래. 뭐. 살고 먹고 잠자고 이거면 됐지.

그리고 내년도 잘 살아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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