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irl이 아닌 Girls의 이야기
멤버가 24인이나 돼서 개개인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프로듀서 정병기는 꿋꿋이 'A Girl'이 아닌 'Girls'의 이야기를 전한다. 다인원이라도 결코 소수 몇 명에게 파트를 주고 나머지는 들러리를 시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의 신념이다. 특별한 위치의 'A Girl'이 아니라 동등한 'Girls' 들이 말하는 구원이란 점에서 공감의 깊이가 달라진다.
안정되지 못한 주거공간, 라면을 주식으로 하는 삶에서 꾸는 꿈은 찬란하다 못해 눈물겹기도 하다. 꿈의 무게에 짓눌릴수록 컴퓨터 게임과 같은 가상의 세계에 몰두하기도 한다. 스스로가 벌레 같다고 느껴지는 순간 자아는 죽음을 고민한다.
자아의 종말 앞에서 트리플에스의 <Girls Never Die>는 '다시 해볼까'라고 속삭인다. 되뇌는 건지, 고민하는 건지, 권유하는 건지 불명확한 내레이션이 담담한 위로를 건네준다. 그 위로는 그저 살아만 있어 달라는 당부로 확장될 수 있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