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야기
워킹맘의 주말은 분주하다. 일단 평일에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아이들과도 시간을 보내야 하고 밀린 청소와 집안일, 평일을 위한 요리준비까지 게다가 늘 하는 러닝과 영어공부, 독서, 글쓰기 숙제까지 마쳐야 한다. 평일처럼 주말도 초단위로 쪼개서 쓰는 경지에 올랐다.
만날 일만 하는 남편 덕분에 아이들과 놀 곳을 물색하는 것도 다 나의 몫이다. 이틀의 주말 중 하루는 일상에서 밀린 일 처리하기, 또 다른 하루는 평소에 즐길 수 없는 박물관, 미술관 또는 등산 가는 것까지 감행한다. 내 처지가 마치 남편 있는 과부 같다. 집에서는 요리하기, 애들 공부 봐주기, 청소하기 등 한 번에 동시다발적으로 3가지 이상의 일을 해야 하니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삐거덕삐거덕 거리는 낡은 바퀴의 수레처럼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라간다.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큰 아이의 사춘기 덕에 하루하루가 아주 위태롭다.
이번 주말은 잘해야지 하면서도 뭔 놈의 마음이 갈대처럼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되는 것인가!
초심은 온 데 간데 사라지고 웬 계모가 아이 앞에 서있다. 주최할 수 없는 아이들의 에너지 덕에 나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다. 뭔 놈의 말은 지독스럽게 안 듣는지 이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맞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 격동의 세월은 도대체 언제쯤 끝날까? 깜깜한 긴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때 적당히 비유 잘 맞춰주는 구세주 남편이 등장했다. 경쾌한 현관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는 늘 아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아빠가 치킨 사 왔어.”
“우와! 아빠 최고!!”
맛있는 간식으로 아이들의 환심을 사고 새치 혀를 놀리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남의 편 같은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뭐가 그리 힘들다고 그래? 지금 애들 좀 봐바! 어때? 내가 가르쳐주니까 애들 군말 없이 공부하는 것 같지 않아? 역시 나야!”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정말 시어머니의 아들답다.
마음 한편에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자기가 한번 해봐! 자기는 한 번에 하나씩만 하지만 나는 한 번에 세 가지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고!”
이번에는 달콤한 말로 나를 꾀기 시작한다.
“아니 자기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항상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거 알고 있어.”라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거린다. 한마디 말에 얼음장 같은 내 마음도 사르륵 녹는다.
그렇다. 어쩌면 터프한 엄마 덕에 아이들의 성격이 까칠한 건지도 모르겠다. 세심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주는 것에 능한 사람은 사실 남편이다.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적재적소에 해결해 주고 지나가다 예쁜 액세서리가 보이면 눈여겨 두었다가 딸아이를 위해 꼭 사 오는 남편이다.
마치 우리는 퍼즐조각인 것 같다. 움푹 들어간 퍼즐 조각의 짝을 찾기 위해 퍼즐을 깎아 뾰족한 모양을 만들고는 서로 맞춰본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맞추지 못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퍼즐조각이 널려있다. 그리고 지금도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찾아 맞춰나가는 중이다. 아직은 미완성인 우리의 퍼즐이 인생의 긴 여정 끝에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지 몹시도 궁금해지는 일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