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한 지 3개월 차, 운동이라면 작심 3일도 길었던 나에게 매일 아침 요가교실로 달려가는 성실함은 재미에서 오는 거겠지. 아이에게는 잘해야 재밌고, 재밌으니까 더 잘하게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못해도 재밌는 게 있었으니 '요가'다.
오늘은 그동안 포기하며 그냥 누워만 있었던 자세에 도전했고, 숙련자와는 다른 모습으로 어정쩡하게 다리가 허공에 머물러 있었지만 노력이 가상했는지 강사님이 잠시 들러 자세를 잡아 주셨다.
"힘드신 분들은 다리 내리고 쉬세요."
머리는 산발에 개다리춤을 추듯 비틀거리며 강의실을 나왔다. 요가시간마다 내 몸 어디가 약한지 절절하게 느껴졌다.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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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으로 2년을 살았던 아담한 월세집을 벗어나 다시 집을 구하던 날, 임신한 줄도 모르고 집을 보러 다니다 보니 심한 피로감에 급속도로 지쳐갔다. 보는 집마다 "좋다, 괜찮다"라는 영혼 없는 말로 '집 보기'가 얼른 끝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 나와 다른 꼼꼼한 남편 덕분에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마지막 집을 보고 드디어 결정이 났다.
그때는 몰랐다. 그 집이 그렇게 경사진 언덕 위에 있다는 걸. 줄자까지 꺼내서 남의 집 장롱 길이를 이리저리 재던 남편도 각도기를 챙길 생각은 못했었겠지.
노련한 부동산 사장님은 여러 갈래의 길 중에 가장 완만한 길을 선택하셨고, 되돌아오는 길은 경사가 높은 만큼 아주 가벼운 걸음으로 내려왔던 기억이 난다.
가족들의 걱정과는 달리 만삭에도 씩씩하게 언덕을 오르내리며 출퇴근을 했다. 아이를 낳은 후로도 나는 엄마 캥거루가 되어 앞으로 멘 아기띠로 아이를 감싸안고 언덕을 오르내렸다. 예상치 못한 소나기를 만난 날에는 짭짤한 빗물을 삼키면서 있는 힘껏 유모차를 밀어 오르며 허벅지와 팔뚝을 단련시켰다. 빗길에 자꾸 미끄러질 것 같은 유모차를 엄마 파워의 힘으로 눈물의 티얼스를 삼키며 붙들고 버티고 밀었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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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나들이를 하고 저녁에 돌아오는 날은 남편과 전우애가 강력해지는 날이다. 가방조차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날에도 군장가방 대신 잠든 아이를 메고 부모 된 자의 초능력을 발휘했다.
"저기 슈퍼까지만 힘내십쇼! 그다음은 제가 업지 말입니다."
"아닙니다! 슈퍼 지나서 교회 앞까지는 안고 갈 수 있습니돠.!"
'언덕 위의 우리 집'에 가는 길은 그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 예상과 달리 연장에 연장을 더 하게 되면서 꽤나 긴 체력단련의 기간을 가졌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허벅지 힘은 이사 후 순식간에 사라졌다. 요가시간마다 느끼고 있다. 아니 눕거나 앉아있는 시간 빼고는 계속 느낀다. 그래서 더 빠질 수 없는 요가시간. 주말도 좋지만, 월요일이 좋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