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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연 Nov 03. 2024

여기는 인도인가, 미국인가

미국 국제학교 편 1탄 - 학교생활



나는 1년 간의 인도 로컬 학교 생활을 마치고 9학년 (한국기준 중3) 때, 드디어 기다리던 미국 대사관 국제학교 (American Embassy School, New Delhi)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보통 전학이라고 하면 기존에 친했던 친구들 사이에 들어간다는 생각에 설렘 보다도 약간의 두려움이 더 크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 국제학교 입학 시에는 전혀 그런 걱정이 없었다. 왜냐면 매년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새 학기 시즌에 맞추어 입학하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새로운 친구들이 많았다.



추억이 가득 담긴 American Embassy School, New Delhi



그리고 미국 국제학교에서 들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이 있다. 바로 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인종 비율이 1위 미국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2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인도에 있는, 거기다 미국 국제학교인데 미국인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다니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다 느꼈다.


학교 캠퍼스만 한번 쓱 둘러봐도 어쩔 때 보면 이게 한국에 있는 외국인학교인지, 인도에 있는 국제학교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하루에 한 번도 한국어를 듣지 않았던 날이 없던 것 같다. 일본, 중국, 태국 등 다른 동양권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지만 멀리서 걸어오는 것만 봐도 한국인인지 아닌지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왜냐면 일단 한국인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다녔다. 1~2명씩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외국인 학생들 뒤로 우르르 떼 지어 함께 다니는 동양 학생들을 보면 십중팔구 한국인 학생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국제학교 내에는 작은 한국인들의 사회와 무리가 존재했고, 그 무리에 끼기 위해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존심 싸움이 꽤 많이 벌어졌다. 누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저 친구의 행동이 튀고 안 튀고.. 인도라는 배경만 다를 뿐이지 한국 학교에서 벌어지는 친구들 간의 인기 차지 눈치 싸움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 “마이웨이”로 살아간 것 같다. 지금도 사람들 눈치 안 보고 혼자 잘 다니고, 좋아하는 1~2명과만 잘 어울리는 성격인데, 당시에도 나는 한국인 친구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못 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랬다.) 멀리 외국에까지 왔는데 한국인 친구와 어울리며 한국어를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 친구와 어울려 영어를 사용하려고 했다.


학교에서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는 일본 대사관 주재원 아버지를 둔 일본인 친구였고, 그 친구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는 태국인 친구와 어울렸다. 미국인 친구들도 있었지만 엄청나게 유창한 영어실력이 아니었다 보니 비슷비슷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동양인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게 되었다.


의 '마이웨이 외국인 친구 만들기' 노력 덕분이었는지 나는 당시 똑같은 학년의 한국인 학생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프로그램을 졸업했다.


ESL이란 제2언어로 영어를 학습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회화, 읽기, 듣기, 쓰기 문법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수업이다.





영어가 제2외국어인 학생들이 입학할 때는 먼저 영어시험을 봐야 했고, 영어시험의 결과에 따라 ESL 수업을 수준에 따라 나뉘어 수강다. 그리고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도달하면 프로그램을 졸업하고 더 이상 수강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인 친구는 아니었더라도 어찌 됐든 나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려 부단히 노력하였다. 학교를 다닐 당시 최대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야기했던 것이 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어 인도를 떠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토익을 치면 900점대가 나오는 거라 생각한다.


미국 국제학교는 인도에 있지만 이름 그대로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철저히 따르는 학교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하다 보면 내가 인도에 살고 있는 건지, 미국에 와 살고 있는 건지 혼동이 올 때도 있었다.


 일반 스텝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미국인들로 구성된 학교 선생님들은 물론 교육 방식과 체계는 모두 미국 시스템을 따르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이지만 마치 대학교처럼 각 학년 별로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여 강의를 듣는 방식이다. 그리고 교과서 중심의 한국 수업과는 달리 이론 외에도 실험과 실습수업이 굉장히 많고 다양한 예체능, 문예창작과 글쓰기 교육을 제공하였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AES 국제학교



내가 꾸준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수강한 다양한 문예 및 글쓰기 수업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한다. 리포트, 소설, 논술문, 서평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글을 수도 없이 썼는데, 만약 한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이렇게 많은 글쓰기 경험을 못해봤을 것이다.


아울러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경험의 폭이 넓어진 만큼 글쓰기의 소재 또한 넓어질 수 있었다. 교양 수업으로 오케스트라 수업을 들으며 무대에서 플루트를 연주했던 경험, 인도 빈민촌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 친구들과의 풋살 경기 경험, 교내 푸드페어 참가 경험 등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일들을 실제 경험함으로써 글쓰기 소재와 내용도 비례하여 넓어졌다.



재학생들이 속한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Food Fair



이런 경험이 없었더라면 내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이렇게 해외생활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싶다. 특히나 인도 속에 있는 미국에 들어가 두 가지 나라를 모두 경험한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하고도 감사한 기회였다고 항상 생각한다.


인도에 오게 해 주신 아버지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이번 글을 마무리해 본다.



인도에 오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미국 국제학교에서의 경험 중 또 하나 절대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는데……그것은 다음 편 [미국 국제학교 생활 2탄]에서 더 풀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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