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편에서 전반적인 미국 국제학교의 시스템과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하고 재미났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볼 시간이다. 바로 국제학교 버전의 수학여행 (Minicourse)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Minicourse란 중고등학생들이 가는 수학여행과 비슷한 의미로 일종의 체험학습이다. 다만, 한국이 아닌 넓디넓은 인도에서 진행되는 수학여행이기에 스케일이 어마 무시하다. 일단 9~12학년 (고등학생)들만 갈 수 있고, 하루 또는 당일치기로 이루어지는 한국의 수학여행과는 달리 Minicourse는 7~8일 기간으로 간다.
미국 국제학교는 자기 반이 따로 없고 학년으로만 크게 묶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Minicouse 기간이 되면 9~12학년 학생 전체가 각자 함께 가고자 하는 파트너 (1인)를 고른다. 그리고 Minicourse에서 제공하는 수학여행 장소 총 20곳 중에서 원하는 장소를 1~20순위로 써서 제출한다. 추첨식으로 선정되기에 운이 좋으면 자신의 1순위 장소로 가기도 하고, 더 밑에 순위 장소로 가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한 장소마다 적게는 12명 많게는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묶이게 된다. 자기 파트너 외에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나보다 학년이 높거나 적을 수도 있고, 혹은 모두 처음 보는 학생들일 수도 있다.
이것이 Minicourse의 큰 묘미다. 처음에는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가 끝날 때면 동지애로 묶인 "전우"가 된다.
20곳의 다양한 장소로 떠나게 되는 Minicourse
장소에 따라 Minicourse에서 체험할 활동도 달라지게 된다. 가볍게 놀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라자흐스탄 사막에 가서 낙타 타기, 네팔 강가에서 래프팅 하기, 인도 빈민촌에 가서 집짓기, 우물파기, 인도 히말라야 산 트레킹하기 등 전문 레포츠 체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프로그램 구성이 다양하다.
나는 국제학교를 다니며 총 2번의 Minicourse를 가보았다. 첫 번째는 일본인 친구와 네팔강에서 래프팅을 하는 코스였다. 나는 이 Minicouse를 다녀온 이후로, 한국의 어떤 래프팅 코스를 봐도 무섭지 않아 졌다. (그만큼 정말 정말 무시무시한 래프팅 코스였다…)
내가 신청한 순위 중에 3위가 뽑혔는데 안내서에 적혀있던 글자만 봐도 알 수 있다. "Strenuous" (몹시 힘든)라고 적혀 있었다. 인도 및 네팔 강가에서 하는 래프팅 단계는 주로 1~8단계로 나누어진다. 내가 래프팅 했던 네팔 강가는 무려 7단계였다. 일주일 내내 미친듯한 물살을 타고 강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왔다. 보트가 수없이 뒤집어지고, 떠밀려 수영하며 물 먹고 난리도 아니었다. 물론 구명조끼를 입고, 여러 명의 래프팅 전문가 분들의 도움을 받긴 했다. 그래도 내가 아마존 강가에 온 거 아닌 가 할 정도로 대단한 래프팅이었다.
이래야 진정한 래프팅이지!!!
수영하면서 쌍코피가 났을 정도라고 하면 믿겠는가?
Minicourse 마지막 날, 무서운 물살로 다시 보트에서 떨어져 수영을 하던 순간이었다. 겨우 모래 위로 올라와 한숨 돌리는데, 내 앞 친구가 소리 지르며 말했다. "지(Jee), 너 코에 뭐야!! 양쪽에 다!!" 몸이 흠뻑 젖어 내 얼굴에 묻은 게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코를 닦고 보니 코피가, 그것도 양쪽에서 흘러나왔던 것이다. 일주일 간의 래프팅으로 체력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 미친 듯이 수영하다 보니 코피가 터진 것이었다. 양쪽으로 흘러나오는 코피를 막으면서 아찔했던 첫 Minicourse는 끝이 났다.
그리고 네팔강에서 어찌나 햇빛을 많이 받았던지 Minicourse가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시커멓게 타버렸다. 얼굴과 허벅지 피부는 저온 화상을 입어 벗겨질 정도였다. 피부 재생을 위해 며칠 동안 감자며 오이며 내 얼굴에 다양한 식재료들이 올라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절대 잊지 못할 추억이다. 특히 네팔강 하류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올려 봤던 밤하늘은 내가 마치 우주 속에 들어간 것처럼 경이로웠다. 모닥불을 피운 주위에는 양들이 평화롭게 잠들어 있고, 밤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지는 그날밤. 아무리 힘들었어도 다시 한번 갈 수 있다면 주저 없이 갈 것이다. '모험이란 이런 것이지!'를 제대로 경험했던 내 생애 최고의 아찔하고 짜릿했던 여행이었다.
내 두 번째 Minicouse도 첫 번째 못지않았다. 이번에는 신청한 리스트 중 2번째인 히말라야 트레킹이었다. 첫 번째 Minicourse를 그리 겪고도 난 왜 산을 택했을까 싶다. 그래도 이때 아니면 '히말라야에 언제 가보겠어'라는 열정으로 택했었다.
히말라야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경험하며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정상 트레킹은 아니었다. 히말라야 산과 이어져 있는 좀 더 낮은 산 트레킹이었다. 그렇지만 히말라야는 어찌 됐든 히말라야였다. 일주일 내내 트레킹을 하는데 반듯한 트레킹로가 아니라 걸어 올라가면서 개척해야 하는 트레킹로였다.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덤불을 헤쳐갔는데, 엉망이 된 머리카락이 덤불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니 다리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후들후들 아무런 느낌이 없기까지 하더라.
역시나 낭만은 있었다. 산 중턱에 친 베이스캠프에서 캠프파이어도 하고, 지나가는 양과 소도 보았다. 미국 영화의 한 장면에 내가 들어가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일주일간 함께 간 사람들과 신체 활동을 하며 부대끼다 보니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다. 처음에는 자기 파트너 외에 모르던 친구들이 많더라도, 나중에는 모두 베스트프랜드를 외치며 활동을 종료했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히말라야의 풍경
다양한 학년이 묶여 있다 보니 쉬는 시간에는 선배에게 진로의 조언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동생들에게는 과자라도 하나 더 챙겨주며 힘을 내라고 토닥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다양한 학년들과 교류한 기회 덕분일까. 나는 한국에 돌아와 대학을 다닐 때,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에게 두려움 없이 선뜻 다가가 잘 어울렸다. 그리고 선배가 되어서도 후배들 대하기가 참 편했던 것 같다.
히말라야 트레킹. 쉽지 않은 코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힐링하고픈 이들에게 추천한다. 지나가는 양들과 당나귀를 따라가며 트레킹 하다 보면 멀리 히말라야 산 꼭대기에 쌓인 눈처럼 깨끗해지는 내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있다면 가서 멍히말라야~를 즐겨보자!
멍불, 멍물도 아닌 멍~히말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