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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연 Nov 01. 2024

집은 있지만 짐 없는 생활의 시작

처음 접한 인도의 공기를 마시며



나의 첫 외국 여행지였던 인도. 경북 구미에서 경기도로 올라온 것만 해도 인생에 큰 발전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내가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가 살게 되다니. 비행기를 타고 간 나에게 세상은 온통 설렘과 두근거림이었다.


아버지는 먼저 인도에 가서 집을 정리하고 있었기에, 엄마, 동생 그리고 나 세 명만 비행기에 올라탔다. 6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늦은 밤 처음 인도에 발을 디뎠던 순간 너무나 무덥고 습한 공기를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공항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할 때, 처음 거리에 나온 순진하고 어리둥절한 자들을 포착한 ‘오토릭샤’ 운전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우리에게 행선지를 물어왔다. “여기 뭐지”, “왜 이렇게 몰려오지 부담스럽게”라는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다행히 우리의 행선지인 게스트하우스 소속 운전기사분이 우리를 불렀고, 잽싸게 차를 타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인도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릭샤



한국에서 보낸 우리의 짐은 배로 이동을 해야 했고, 약 한 달이 소요되었다. 한국에서 아무리 짐을 빨리 보내더라도 워낙 오래 걸리기에 인도 집에는 현지에서 산 매트리스 하나만 덩그러니 있을 뿐……그리 큰 대리석 집에 아무런 짐도 없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집으로 바로 들어가는 대신 우선 한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2주를 보내게 되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정신없이 잠을 청하고, 다음 날 비로소 인도라는 나라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2~3층 형식으로 이루어진 인도 한인거리 주택들



인도에 가면 보통 한인들은 운전기사와 청소부를 고용하여 생활한다. 인건비가 워낙 싼 이유도 있고, 운전 같은 경우 인도에서 운전하려면 목숨을 내놓고 운전해야 하기에……직접 운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분명히 도로와 사람이 걷는 인도가 구분되어 있지만, 사람과 자동차와 심지어 동물들까지 도로를 함께 건너고 있는 걸 보면 위험하면서도 어찌 저 안에서 운전을 할 수 있는지 경이롭다. 자동차 안에 앉아있으면 옆으로 코끼리나 소가 지나가는 경우도 다반사이기에 직접 운전을 하려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인도 거리에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걸어 다닌다. (고로 운전 조심!)



우리에겐 아버지가 회사를 통해 미리 고용하신 운전기사가 있었기에 우리의 첫 인도 안내인은 운전기사가 되었다. 한국 드라마에서 운전기사와 고용주가 함께 밥을 먹는 것을 자주 본 적이 있는가? 함께 먹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당시에 나와 동생은 참 순수했던 것 같다.


아침마다 게스트하우스에 와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기사를 두고, 우리만 밥을 먹기 미안했던 나는 그에게 함께 자리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자고 말을 건넸다. 운전기사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치고 괜찮다고 말했다. 망고라도 드시라고 건넸지만 역시나 먹지 않았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아주머니가 알려주기를, 운전기사와는 겸상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가 뭐 재벌이나 부자도 아닌데 이렇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인도에는 생각보다도 더 깊이 카스트 제도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는 걸 며칠만 지내봐도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집은 물론 복장과 차고 있는 장신구만 쓱 봐도 저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되는지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색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말투나 대접이 180도 달라지는 게 인도다. 다행히 인도에서 한국인은 꽤 부유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인식이 있었기에 가서도 나름 적응할 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도에 가면 꼭 하나 감내할 것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다. 특히 나처럼 한인 여성이 거리를 지나간다면? 다들 뚫어지게 쳐다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인이 지나갈 때 슬쩍 곁눈질로 보는 수준과는 전혀 다르다. 대놓고 아주 뚫~어지게 쳐다본다. 물론 사회적 품위를 지키는 사람들은 그렇게 대놓고 하지 않지만, 인도에는 워낙 하층민들도 많기 때문에 여성 분의 경우 짧은 반바지를 입고 거리에 나가는 것은 조금 곤란한 상황에 처하실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왜냐면 사람들이 정말 더 뚫어지게 쳐다볼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인도 공기에 조금씩 적응해갈 무렵, 한국에서 출발한 우리의 짐들이 도착했고, 나는 드디어 전학 수순을 밟고 인도 로컬 학교에 가게 되었다.


(학교 적응 에피소드는 다음 글에서 이야기해 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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