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동물이 무엇인가? 바로 “소”이다. 힌두교에서는 ‘암소’를 신성한 동물로 숭배하기 때문에 힌두교 신자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고, 길거리에 소가 돌아다니더라도 자유롭게 놔둔다. 누구나 다시 태어난다는 힌두교의 사상은 동물에게도 적용되기에 인도인들은 길거리에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쫓아내지 않고 함께 공존한다. 그렇기에 비단 소 들만이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떼 지어 다니는 개들도 정말 많고, 원숭이와 돼지도 종종 볼 수 있다. 조련사가 타고 다니는 결혼식 행사용 코끼리도 간간히 볼 수 있다.
거리를 자유롭게 다니는 인도의 소들과 평온히 걸어 다니는 사람들
내가 살던 곳은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살던 주택가라 주택단지 밖으로 큰 게이트가 쳐져 있었고, 지저분한 인도의 길거리와는 달리 깨끗한 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동물들은 예외 없이 등장했다. 그것도 화들짝 놀라게 하는 “역대급 등장”으로 말이다.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했던 우리 집은 2층 주택으로, 우리 가족은 2층에 살고 1층에는 이탈리아 가족이 살고 있었다. 발코니가 옆에 있던 하얗고 깔끔했던 내 방 책상은 인도의 뜨거운 햇살이 잘 들어오는 아주 큰 통유리창을 마주해 있었다. 그래서 커튼을 치지 않으면 밖을 훤히 내다볼 수 있었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던 아주 조용한 저녁 날, 갑자기 큰소리로 “탁”하며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앞을 바라봤다. 유리창에는 손바닥 2개 만한 큰 도마뱀이, 그것도 두 마리가 같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만 보던 파충류를 이렇게 실제 눈앞에서 보다니…… 그것도 예상치 못하게 너무나 가까이서 보다니 정말 기겁했다. 바깥 창문에 붙어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인도 주택가에 자주 출몰했던 집도마뱀
또 다른 날에는 도마뱀이 실제로 내 방안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벌레도 무서워하는 나인데 도마뱀이 눈앞에 떡 하니 있으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놀란 마음에 무턱대고 옆에 있던 방석을 던져 도마뱀을 덮었다. 아니 근데……책에서만 보던 장면이 내 눈앞에서 벌어졌다. 방석을 던지자 도마뱀은 자기 꼬리를 끊고 침대 밑으로 숨어 버렸고, 남은 꼬리만 혼자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으악!!!!”이라는 외마디 비명 소리와 함께 난 방에서 튀어나갔고, 결국 아빠와 동생의 도움으로 도마뱀은 내 방에서 쫓겨나갔다. 우리 집을 방문한 깜짝 손님은 도마뱀만이 아니었다.
도마뱀이 들어왔을 때처럼 조용하던 어느 날 점심 즈음, 우리 집에서 청소를 해주던 인도인 입주 가사도우미 ‘프리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인도에는 입주도우미가 많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꺄아아아악!!” 소리에 놀라서 방에서 뛰쳐나온 엄마와 내 앞에 있던 것은 큰 원숭이. 그것도 아주 심술 맞고 사납게 생긴 원숭이였다. 청소를 위해 발코니 문을 열어 놓은 새, 원숭이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원숭이는 생각보다 무척 빨랐고, 우리 여자 셋이 원숭이를 쫓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프리아는 옥탑에 같이 살고 있던 남편을 급히 불렀고, 남편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와 원숭이를 잡기 시작했다.
인도 원숭이들은 야생에서 살다와 매우 거칠고 사나운 편이다. 거리에서는 떼를 지어 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할 때도 있어 마주치게 되면 매우 주의해야 한다. 우리 집에 들어온 원숭이도 예외는 아니었고, 결국 원숭이는 프리아의 남편 팔을 날카롭게 할퀸 다음에야 프리아 남편이 가져온 곤봉에 뒷걸음질 치며 밖으로 도망갔다.
'조폭 원숭이라' 불리는 무서운 인도 원숭이
비둘기나 고양이가 현관 앞을 어슬렁거렸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비둘기의 경우, 집 외부에 달려있던 화장실 환풍구 입구에 하도 집을 지으려고 해서 우리 집에 들어온 비둘기의 뽑힌 깃털만 수십 개는 됐을 것이다. 이렇게 동물들의 연이은 습격(?)에 우리 가족은 도둑이 올까 무서워서가 아니라 동물이 들어올까 무서워 문단속을 철저히 하며 지냈다.
인도에서 이렇게 동물들을 코앞에서 보다 보니 한국에 와서는 길고양이나 동물원 안 동물들을 봐도 크게 놀라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동물원 우리 안에 얌전히 앉아있는 한국 원숭이들을 보면 거리를 누비던 인도 원숭이들의 모습이 생각나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며, 웃지 못할 옛 추억이 자주 생각난다. 그렇지만...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