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가장 특별한 용돈
오늘은 오랜만에 20년 지기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날. 결혼하며 타지로 흩어졌던 친구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우리는 서둘러 약속을 잡았다. 아침부터 마음이 들떠 부지런히 움직였다.
집안 청소를 하고 가족들 점심까지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단장을 마치고 현관문을 열려던 찰나, 둘째 아이가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이거 가지고 가."
뭘 가지고 가라는 거지? 순간 아이를 쳐다보니 아이의 손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려있었다.
"웬 돈이야? 이걸 왜 엄마 줘?"
"용돈 모은 거야. 오늘 엄마 친구들 만난다며. 가서 맛있는 커피 사 마시라고."
그 순간 가슴 한 켠에서 따뜻한 기운이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늘 천방지축에, 나를 힘들게 하던 아이가 이렇게 다정한 마음을 건네다니. 남편도 큰 아이도 안 해준 이 배려를 어떻게 받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괜찮아. 엄마 돈 있어."
"아니야.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커피 사 먹을 때 꼭 이 돈으로 사 먹어."
아이의 눈빛에 담긴 진심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조심스레 그 돈을 받아 들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무심코 옆자리에 놓았는데, 운전하는 내내 시선이 자꾸 그 만 원짜리에 머물렀다.
큰아이와는 달리, 둘째는 늘 넘치는 에너지를 밖으로 쏟아내는 아이였다.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지만 “왜요?”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살던, 순한 첫째와는 전혀 다른 ‘마라맛’ 아이. 때론 그 에너지가 버겁기도 했다.
하지만, 한 해 한 해 자랄수록 아이는 변해갔다. 세월은 아이를 조금씩 다르게 빚어냈다. 누구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감하는 아이로 자랐다.
학교에서 받은 간식을 가족들과 나눴고, 식사 시간이면 말하지 않아도 식탁에 먼저 와 수저를 놓았다. 쿵 하는 소리만 나도 “엄마, 괜찮아?”라며 달려왔고, 잠들기 전엔 빠지지 않고 “엄마, 좋은 꿈 꿔. 사랑해.”라는 말을 건넸다.
아이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햇살처럼 따뜻하게 스며든다. 예전엔 키우기 힘들다며 힘겨워했던 기억들이 썰물처럼 밀려오며 괜스레 미안해진다.
그날, 아이의 마음이 담긴 만 원 한 장은 내게 가장 값진 선물이 되었다.
나는 그 돈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셨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너 덕분에 엄마 정말 맛있는 커피 사 마셨어. 너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