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T 성향일지
“엄마, 배 아파...ㅜㅜ”
“응, 똥 싸.”
나의 반응은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냉정하다.
F맘:
“에고, 배가 왜 아프지? 따뜻하게 핫팩 해줄까?”
내가 들어도 따뜻한 말, 아프던 배도 눈녹 듯 사라질 것 같은 말이다.
“엄마, 내가 껌으로 풍선 불어줄게! 봐봐!”
자랑하고 싶은 딸의 마음을 알면서도
“단물 좀 더 빠져야 해.”
아이의 자랑을 가볍게 눌러버리는 나는 가위와 같다.
무딘 듯 예리하게 잘라버리는 절삭력은 타고난 것일까,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F맘:
“엄마도 하나 줘 봐~ 엄마는 잘 못하니까 너에게 배워야겠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말을 먼저 꺼낼 수는 없는 것일까?
연휴 마지막 날
“엄마, 내일 학교 가기 싫어...”
“아휴, 너무 재미있게 놀아줬네. 이틀 가면 또 주말이다.”
아이의 말에 대답하면서도, 내 얼굴에는 '기다리던 해방의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주말이 또 코앞에 다가오는 걸 생각하니, 그 기쁨도 순간일 뿐.
F맘:
“이틀만 가면 주말이니까, 또 재미있게 놀자!”
아이의 서운함이 가볍게 녹아내리는 엄마의 대답은
육아서적에서나 찾아볼 수 있겠지?
“엄마, 여기 아파. 약 발라줘!”
하지만 나는 거울 속 냉철한 엄마, 작은 상처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거 약 발라도 소용없어.”
F맘:
“약통 어디 있더라~ 자, 약 바르고 밴드 붙여줄게!”
사실 밴드를 붙이고 싶은 딸의 마음을 나는 안다.
아프지 않아도 그냥 붙이고 싶고,
아파도 밴드 하나면 나을 것 같은 그 마음.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은 나는 참... 차다.
모른 척, 작은 흠집 위에 페인트 덧칠하 듯 밴드를 붙여주며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엄마, 집에 오다가 넘어졌어ㅜㅜ”
“어디 보자, 너 뛰었지??”
군인처럼 단호한 나의 목소리, 추궁하듯 질문을 던지며 아이를 쳐다보았다.
F맘:
“괜찮아? 어디 아픈데 없어? 호~ 호~.”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은 '괜찮아?'이다.
안 괜찮아서가 아니라
엄마의 목소리로 한번 더 듣고 싶은 말.
나는 매 순간 그 말을 해줘야 한다.
‘Are you OK?’
나중에 아이가 커서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나야 할 때
셀프텔러가 이렇게 말해줘야 하니까.
셀 수 없다.
가족 앞에 서면 유독 냉정하게 굳어버리는 나의 모습.
나는 단단한 벽이 되고, 무심한 담벼락이 된다.
이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가족에게는 대문자 T로 변해버린다.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작은 F는 어디쯤에 있을까?
가족에게만은 어쩔 수 없이 T가 되는 이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일까, 아니면 숨어 있는 또 다른 얼굴일까?
가족 외의 누구에게는
나는 바람처럼 부드럽게 다가가는 F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다정함으로 품어줄 준비가 되어 있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란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더욱
따뜻한 바람처럼 다가가는 내가 되기를 희망한다.
건반 밖 엄마,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