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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송 Nov 04. 2024

F에서 T가 피었습니다.

나의 T 성향일지

“엄마, 배 아파...ㅜㅜ”  

“응, 똥 싸.”


나의 반응은 돌멩이처럼 단단하고 냉정하다.


F맘:  

“에고, 배가 왜 아프지? 따뜻하게 핫팩 해줄까?”


내가 들어도 따뜻한 말, 아프던 배도 눈녹 듯 사라질 것 같은 말이다.








“엄마, 내가 껌으로 풍선 불어줄게! 봐봐!”

자랑하고 싶은 딸의 마음을 알면서도


“단물 좀 더 빠져야 해.”


아이의 자랑을 가볍게 눌러버리는 나는 가위와 같다.

무딘 듯 예리하게 잘라버리는 절삭력은 타고난 것일까, 누구에게 배운 것일까.


F맘:  

“엄마도 하나 줘 봐~ 엄마는 잘 못하니까 너에게 배워야겠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말을 먼저 꺼낼 수는 없는 것일까?








연휴 마지막 날  


“엄마, 내일 학교 가기 싫어...”  

“아휴, 너무 재미있게 놀아줬네. 이틀 가면 또 주말이다.”  


아이의 말에 대답하면서도, 내 얼굴에는 '기다리던 해방의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주말이 또 코앞에 다가오는 걸 생각하니, 그 기쁨도 순간일 뿐.


F맘:  

“이틀만 가면 주말이니까, 또 재미있게 놀자!”


아이의 서운함이 가볍게 녹아내리는 엄마의 대답은

육아서적에서나 찾아볼 수 있겠지?








“엄마, 여기 아파. 약 발라줘!”


하지만 나는 거울 속 냉철한 엄마, 작은 상처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거 약 발라도 소용없어.”


F맘:  

“약통 어디 있더라~ 자, 약 바르고 밴드 붙여줄게!”


사실 밴드를 붙이고 싶은 딸의 마음을 나는 안다.

아프지 않아도 그냥 붙이고 싶고,

아파도 밴드 하나면 나을 것 같은 그 마음.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은 나는 참... 차다.

모른 척, 작은 흠집 위에 페인트 덧칠하 듯 밴드를 붙여주며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 한마디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엄마, 집에 오다가 넘어졌어ㅜㅜ”  

“어디 보자, 너 뛰었지??”


군인처럼 단호한 나의 목소리, 추궁하듯 질문을 던지며 아이를 쳐다보았다.


F맘:  

“괜찮아? 어디 아픈데 없어? 호~ 호~.”


아이가 듣고 싶은 말은 '괜찮아?'이다.

안 괜찮아서가 아니라

엄마의 목소리로 한번 더 듣고 싶은 말.

나는 매 순간 그 말을 해줘야 한다.

‘Are you OK?’

나중에 아이가 커서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나야 할 때

셀프텔러가 이렇게 말해줘야 하니까.


'괜찮아....'











셀 수 없다.
가족 앞에 서면 유독 냉정하게 굳어버리는 나의 모습.
나는 단단한 벽이 되고, 무심한 담벼락이 된다.

이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가족에게는 대문자 T로 변해버린다.


오늘도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 안에 남아 있는 작은 F는 어디쯤에 있을까?
가족에게만은 어쩔 수 없이 T가 되는 이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일까, 아니면 숨어 있는 또 다른 얼굴일까?

가족 외의 누구에게는
나는 바람처럼 부드럽게 다가가는 F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다정함으로 품어줄 준비가 되어 있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란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더욱
따뜻한 바람처럼 다가가는 내가 되기를 희망한다.




건반 밖 엄마, 서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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