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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송 Nov 10. 2024

엄마, 행복해?

행복은 알아차리는 것

    

회를 엄청 좋아하는 나.

초장 없이 와사비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회, 그 자체로 충분하다.

회를 전혀 못 먹는 남편.

그래도 가끔 장을 볼 때면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챙겨주곤 한다. 본인은 못 먹어도 늘 신경은 쓰이나 보다.      

가끔 남편이 회를 사서 먹으라고 하지만, 혼자 먹는 회는 역시 어색하고 맛이 없다. 피자를 먹는 가족 앞에서는 반짝이는 싱싱한 회도 탁해 보인다. 함께 먹는 즐거움이 없는 회라면, 차라리 다음을 기약하는 게 낫지 않을까.     





오랜만에 바다에 놀러 온 김에 남편이 맘 잡고 횟집을 가자고 했다. 애들도 이번엔 엄마 좋아하는 회를 먹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외쳐댔다.

근 2년 만에 유명 물횟집 대기표를 뽑고 앉았다.


‘다 같이 맛있는 거 먹어야지 굳이 회를…‘


날 위해 물회와 오징어순대를 주문했다. 남은 셋은?

사이드로 나오는 미역국에 공깃밥.

남편은 콜라를 시켰다.


‘와... 가시방석...’     


회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던 나는 슬쩍 아이들을 바라봤다.


“괜찮아? 미역국만 먹어도 괜찮아?”


답은 여전히

“응, 괜찮아~”          



좋아하는 회를 음미할 새도 없이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고 있는 내게 딸이 활~~~~ 짝 웃으며 물었다.      


"엄마~~ 행복해?"     


‘나... 행복해 보였니?’     


순간 헷갈렸다.

이렇게 나 혼자 회를 먹는 게 행복인지 아니면,

회를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게 불행인지.

날 위해 함께 횟집을 가주어서 행복한 건지 아니면,

셋을 앉혀놓고 혼자 회를 먹는 불편한 마음을 이겨내는 게 불행인지.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에 딸이 또 한 번 물었다.      


"엄마~~ 오늘 행복해? 엄마가 먹고 싶었던 회 먹어서 좋아?"     

"너네는 괜찮아?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자~?"     

"나는 괜찮아~. 미역국도 맛있었어!"     




환하게 웃어주는 딸을 보며 깨달았다.

행복은 어떤 환경에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 환경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서 온다는 것을.           


나는 오늘 회를 먹어서도 행복했고,

안 먹었어도 행복했을 거다.

나 하나를 위해 셋이 희생한 것도 참 행복할 일이고,

그걸 희생이라 생각하지 않고 엄마 행복하지 않냐고 물어준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셋은 이미 뭘 먹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횟집에 간 거였다. 엄마가, 아내가 맛있게 먹어주면, 그게 행복이라는 마음으로.     

내 배가 허기져도 차린 밥을 맛있게 먹어주면 나 또한 그걸로 행복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물회를 먹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가졌다.           



행복은

나를 위해 횟집에 앉아 주던 셋의 미소 속에 있었다.

나, 그 소중한 순간을 비로소 알아차렸다.           



나, 행복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곁에 있는 것들이
너의 가슴을 채우는 순간에 찾아오는 것

_공지영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건반 밖 엄마, 서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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