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풍선과 같은 감정을 채워넣는 것
마음은 비워져야 다시금 채워진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순식간에 가득 채워진 행복감은 그 감정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기인된 불안으로 변해갔고, 마음에 가득 채워진 불안이 나 자체가 되어갔다. 그 불안으로 인해 행복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미 가득 담겨버린 것들을 버리는 것이 힘들었다.
잔뜩 힘들고 나니 모든 감정을 비우게 되었다. 물이 가득 담긴 풍선이 터진다면 가득 찬 만큼 사방으로 가득 튀어버린 물들을 치우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래서 불안을 버리기 위해 행복도 함께 비웠다.
비우니 가볍다. 가벼우니 본디 내가 감정을 채워두던 방법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를 나로 부지런히 채워넣는다. 나로 채워 넣는 감정이기에 누군가가 이 감정을 팡 하고 터뜨릴 수 없다. 그렇게 난 가벼우면서 든든한 마음을 가진다. 이 마음으로 다시금 상대를 바라본다. 더이상 불안하지 않다. 내 풍선을 터뜨리진 않을까, 내 넘쳐 흘러버릴 것 같던 마음을 수습할 걱정이 없다.
그저 난 바라본다. 나를 바라보는 상대를. 그리고 마음을 채워넣는다. 마음을 채워넣는 나를 바라보며 함께 채우면 더 행복할 거라 생각을 할 지, 함께 하기엔 너무 버거워 각자의 마음만 채워넣는 선택을 할 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젠 괜찮다. 마음을 부지런히 채우다 보면 이것을 함께 채우고자 하는 사람을 분명히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설령 없더라도 난 때때로 외롭겠지만, 그래도 불행하진 않다. 그냥 단단해지기에 상대의 불안함을 품어줄 수 있고, 내가 함께 채우고자 마음 먹는다면 내가 채우던 감정들도 나눠줄 수 있다. 그냥 그 뿐이다.
참 재밌다. 비우니 다시 채워진다. 어렵게 고민할 필요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난 오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다만, 내가 채워두었던 마음을 가득 상처내면서 구멍이 뚫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품어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마음이 팡 하고 터지기 직전에 배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