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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공비행 Oct 30. 2024

학폭 피해자와 스쿨 카스트(3).

 중학교 1학년에 또 한 번의 전학이 있었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왕따 생활을 청산하게 됐다.


 이 부분이 참 아프다. 현실에서 왕따였던 사실을 말하고 다니진 않기에 누군가 왕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냐 묻진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그런 질문을 던진다면 답할 말이 없다. 전학을 가지 않았다면 그 문제로부터 해방되지 못했을 거니까.


 유튜브를 보다 왕따 문제의 해결책은 자신이 도라이인 걸 증명하는 수밖에 없으니 미친 짓을 한번 하라는 말을 들었다. 일부 맞는 말이다.


 나를 따 시킨 무리는 크게 두 부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교내에서 왕초 노릇을 하는 주동자들. 다른 하나는 별생각 없다가 잘 나가는 부류가 왕따를 만들면 휩쓸려서 같이 따 시키는 부류. 후자는 도라이 짓으로 이겨볼 수 있다. 하지만 전자는 불가능하다.


 왜냐면 후자는 누굴 왕따로 만들 능력이 없다. 그들은 교내에서 센 누군가가 애 하나를 밟아놔야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류의 애들은 무리 지을 때나 센 척을 하지 개인적으로 만나면 별거 없다. 실제로 5학년 때 왕따를 겪고 6학년 때 복도에서 이런 부류의 애들을 1대 1로 만난 적이 있다. 예전처럼 날 대하려 했지만 내가 더 강하게 나가니 뭘 못하더라.


 그러나 전자는 이길 수 없다. 왜냐면 전자 부류의 애들은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도라이거든. 당시 나의 일탈이란 건 기껏해야 꾀병을 부리고 학원을 뺀 다음 집에서 메이플스토리나 하는 거였다. 전자 부류의 애들은 급이 달랐다. 중학생 형들로부터 담배를 받아 피웠다.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에 우르르 몰려가 바닥에 침을 뱉어대며 떠들었는데 하도 찍찍거리는 통에 침을 피해 걷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누가 자기 성질을 건드리면 곧장 상대방 머리부터 치는 놈도 있었다. 자전거를 훔친 다음 동네 하천에 집어던지고 그걸 촬영해 지들끼리 공유하며 킥킥대는 걸 본 적도 있다. 당연하게도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혼나겠지. 근데 얘넨 혼나도 이러고 산다. 아마 혼나면 빡친다고 모여서 담배나 더 태울걸.


 상식적인 초등학생이 아무리 도라이 짓을 해보려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없다. 도대체 왕따 문제란 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뉴스에는 수많은 연예인이 사실 학폭 가해자라는 폭로가 터진다. 그런데 모르긴 몰라도 그 방식으로 학폭이 완전히 뿌리 뽑히진 않을 거다. 아마도 학폭 가해자들은 티 안 나게 학폭 하는 법 같은 걸 연구하겠지. 무슨 대안이라도 적어놓고 글을 마치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책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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