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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사로운 Dec 01. 2024

그녀들이 온다

그녀들의 마중물, 슬초브런치.

토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챙겨주고 소파에 몸을 기대어본다. 시계가 벌써 12시를 향해 달려간다. 시간이 별로 안 남았네. 막상 나가려니 귀찮기도 하다 생각하는 찰나, 나갈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내 표정을 읽은 건지 남편이 덧붙이는 말.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거 아냐?
그렇지. 꼭 오라 한 사람도 없고 '나만'기다리는 사람도 없지. 내가 가겠다고 한 거지. 그러니까 가야지.

스스로도 갸웃한 의식의 흐름대로 주섬주섬 외출 준비를 해본다.

낯선 장소, 아직은 어색한 사람들, 나를 드러내야 하는 시간들. 익숙해지기까지 편안해지기까지 에너지를 많이 쏟아내야 하기에 피하려면 피할 수 있고,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그곳을 향해 나의 몸이, 마음이 움직인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이끄는 것인가.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슬초를 접하게 되었다. 선생님 이름이 익숙하다. 혹시나 싶어 책장을 훑어보니 큰아이 초등 입학을 앞두고 책이라도 읽으며 마음의 준비라도 하자고 사서 읽은 책을 쓰신 분이 이분이구나. 빠져든다. 우리 아이도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쓰기 책 한 두권, 어휘일력 등을 아이 책상으로 디밀어본다. 사춘기가 슬슬 시작되니 너도 나도 고달프구나. 타깃을 이제 초1 된 둘째와 나에게로 돌려본다. 그때 눈에 들어온 슬초브런치프로젝트 3기. 구독한 유튜브소식을 통해 1, 2기도 진즉 알고 있었지만 넘기다가,  3기 이후 당분간은 진행 예정이 없다기에 혹 해서(쉬운 사람 되기 싫은데 아직 멀었다) 신청을 했다. 언제부터인지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었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면 쓰는 공간이 생기겠구나 싶었다. 5주간의 프로젝트를 마치면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는 거구나  했던 나는 이은경선생님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하수였다. 2주 차부터 동기들의 합격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나도 작가 신청을 하고 오랜만에 합격의 기쁨과 축하를 누리며 작가님이라 서로 부르는 오프모임에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오프모임 또한 단순히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뒤풀이가 아니었다. 매일 읽고 쓰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연료를, 사그라들지 않는 연료를  만들어주는 또 다른 시작의 출발선이었다.


출발선에 다.

그녀들의 출발선과 도착선은 제각각이다.

달리기는 시작되었다.

이미 가속이 붙은 사람도 있고 천천히 워밍업 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순간을 자기 만의 속도와 방향에 맞게 즐기고 있다는 것.


오늘 만난 그녀들은 신기하리라 만큼 다르면서도 닮아있었다. 낯선 만남의 어색한 공기가 포근해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웃고 있었다.

자신을 더 알아가고 싶고, 성장하고 싶고, 보다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나와 같은 그녀들이 그곳에 있었다. 끌림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앞으로도 이어질 그녀들과의 만남이,

켜켜이 쌓여 갈 우리의 글과 삶들이 기대가 된다. 마중물은 부어졌다. 각자의 펌프질 끝에 어떤 물이, 언제 쏟아질 지 모른다. 쉬이 잠이 오지 않는 11월의 마지막 날이자 12월의 첫날이다.


덧)

퀴즈로 시작된 자기소개, 아이스브레이킹의 정석

2주동안 읽은 "오후의 글쓰기"나눔, 이심전심의 시간

공동 매거진 발행 결의, 자유로운 의견교환의 결정체

뜻밖의 선물교환, 운명인가봄.

아쉬움없이 여러모로 꽉 찬 2시간의 번개, 완벽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을 선물로 받았지 뭐예요. 책갈피도 좋아요.=)그눈길 작가님 무한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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