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을 읽고 나서
“화가 난다~~”
이제는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 속에 사라진 그 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에서 박성호가 앵그리 버드로 분장하고 나와 유행시켰던 유행어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생활에 치이다 못해 분노가 쌓여서인지 예전에는 혀만 끌끌차며 지나쳤을 일에 하나하나 토를 달고 싶고 화를 내는 나는 요즘 우울하다.
화장실 불을 끄고 다니지 않는 남편에게, 한번만 말해선 대체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에게,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마구 화를 내고 다니는 나는 앵그리버드이다.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하면 마음이 시원해질 줄 알았다. 사회 정의를 지키는 일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마음이 더 허하고 우울해졌다. 땅굴을 팠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흑역사를 남겼다.
내 마음이 헛헛한 이유를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인간은 분노하고 화를 내면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활동을 멈추고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는데, 우리 몸은 신비하게도 흥분기 뒤에는 우울기가 나타나도록 진화 되었다고 한다. 뇌가 안전장치를 만든 것이다. 뇌는 화를 낸 이후에는 오히려 휴지기를 갖게 하려고 재빨리 아드레날린 분비를 멈추는데 그러고 나면 인간은 무기력감과 자책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감정조절에 실패하면 자존감은 또다시 하락한다. 악순환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선순환의 고리로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생각보다 명확하고 실천 가능한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걷기이다. 한번 형성된 부정적인 생각의 회로는 그 생각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허물기 위해서는 뇌의 양쪽을 번갈아가면서 자극해야 한다고 한다. 이 양측성 자극의 대표적인 것이 걷기이다. 양발을 사용해서 부지런히 걷다보면 뇌에 자극도 되고, 기분전환도 되며, 몸의 근육과 마음의 근육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하니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둘째, 나를 사랑하는 듯이 표정 짓기이다.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자존감이 회복된 사람처럼, 기분이 원래부터 좋았던 사람처럼 연기하듯 지내면 실제로도 뇌가 건강해지고 자존감이 회복된다고 한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도 있고,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젊어서부터 좋은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던 사람과 멋대로 인상을 구기고 다녔던 사람은 잡히는 주름 모양부터 달라질 것이다.
셋째, 혼잣말하기이다. “괜찮아, 나 정도니까 이정도지.”하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뿜뿜하며 내가 좋아하는 말과 뇌가 좋아하는 말을 자주 들려주면 좋다고 한다. 뇌도 형체가 있는 신체기관이라 생각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잣말이라도 실제 내 육성으로 들려주면 거기에 반응하게 되어있다.
스님처럼 금욕하며 수양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 마음의 평온을 위해, 내 자존감을 위해, 미래의 내 얼굴에 책임을 지기 위해 항상 염두에 두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다짐해본다. 오늘 밤에도 자존감이 마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