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드라에서 온 손님 6.

분양하다.

by 늦은구름

"교수님 이렇게 연결이 되어 고맙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제가 지난 3월 중에 산에 갔다가 곤충을 발견

하여 집에서 사육하며 관찰하고 있습니다. 보통 곤충이라면 교수님에게 까지 전화하지 않겠지요.

이 녀석은 생긴 건 풍뎅이 같이 생겼는데 풍뎅이와는 전혀 다른 종으로 판단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선

곤충이 활동하는 시기가 아닐 때 나타났고 갑자기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겁니다. 두 번 째는 먹성이 좋아

서 식물성이나 동물성이나 가리지 않고 먹는다는 겁니다. 번데기를 하나 물에 헹궈서 줘 봤는데 잘 먹

었고 기운을 차리는 기미가 보였습니다.


곤충의 먹이가 다양하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교수님께서 관심이 있으신지요?" 말을 다 듣고 있던

교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걸 발견하신 곳이 산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수원에 있는

광교산입니다. 하산길에 발견하였습니다. 발견하게 된 과정은 전화상으로 다 말씀드리기가 그렇고 관심

이 있으시다면 사람을 보내십시오. 한 가지 특이한 것이 더 있는데 그 건 여기 오는 사람이 보면 놀랄

것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물론 제가 봐야 알 것입니다만, 특별하다고 하시니 관심이 생기는

군요. 그럼 며칠 내로 사람을 보내지요. 주소를 보내주시고요. 이쪽에서 갈 때 필요한 건 없습니까?"


"예, 제가 사육통까지 보내겠습니다. 단지 여기 올 사람이 신중한 성격의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이 건

특별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 갈 겁니다.

곧 보내도록 하지요." "예, 가져가면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두 곳으로부터 약속을 받았다. 한 시름 덜었다고 해야 하나, 가져가야 일이 끝나는 것이다.

낙관만 할 수는 없었다. 제일대학교 농생명공학부 곤충학과 사람이 먼저 왔다.


대학원 학생 노 수길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래요? 잘 찾아왔습니다.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나는 최 만성이라 합니다. 명함이 있으면 한 장 주세요." 하자 명함을 건네며 저는 교수님의 지시로 왔습

니다. 흥미로운 곤충이 있다면서요?" "예, 그래요. 아주 특별한 곤충입니다. 우선 시원한 물이라

도 한 잔 하고 얘기를 합시다." 정 여사에게 물 한 컵을 부탁하였다. 학생은 별로 흥미가 없는 표정이었다.

특별하다면 뭐가 특별하냐고 물을 터인데 조용히 거실만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 됐든 교수가 보내서

왔으니 따질 건 없었다.


설명을 충분하게 해 주고 인수 확인서에 서명을 받으면 되는 거였다. 후일을 위하여 양식을 만들어

두었다. 그가 어떤 표정으로 뜨악해하는 건 만성 씨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왜 관심이 별로 없느냐고

따져 물을 게재가 아니었다. 그의 심중까지 헤아릴 수는 없지 않은가? 학생을 사육실로 쓰고 있는 작은

창고로 안내했다. 안내라야 몇 발작이면 되는 거리지만. 광교풍뎅이라고 이름을 알려주고 가능한 한

자세하게 사실대로 설명해 주었다. 학생은 자못 놀라면서 들었으나 계속적인 질문은 없었다.


의문이 없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지식이라 더 알고 싶은 게 없다는 의미였다. 아니면 개인적인 일로

빨리 가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학생이 말했다. "그럼 이걸 가지고 가면 되겠네요."

"아니, 아직 절차가 남았어요." 방으로 다시 데리고 가서 인수 확인서를 내밀었다. "나로서는 확실

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은 거요.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저 광교풍뎅이는 일반 풍뎅이와는 전혀 다른 것일

뿐 아니라 위험성도 있어요. 행여 가볍게 여기고 관리하다가 놓쳐서 도망갈 시에는 문제가 심각 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걸 받는 거요. 혹시 좀 언짢더라도 서명하고 사인해 주기 바랍니다."


학생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이 학교명과 학과 그리고 자기 이름을 쓰고 싸인

했다. "고마워요. 뭐 알아서 사육하고 관리하겠지만 내가 한 말 허투루 여기지 마세요. 저 작은 곤충이

어떤 성질의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 철저히 연구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쟤네들이 성체와 생김새가 같지만 아직 어려서 약한 면이 있으니 가다가 충격이 없도록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는 사육통 두 개를 묶어 준 대로 들고 떠났다.


차까지 바래다주었다. 좀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연구기관이니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나 싶었다.

이로써 한쪽은 해결되었다. C대학교에서도 곧 오겠지. 한 층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정 여사가

옆에서 남편을 보고는 "당신 한 건 했군요. 속이 시원하겠어요." 아직 남아 있는 게 있으니 썩

시원하지는 않아요. 그동안 당신의 협조로 원만하게 처리된 겁니다. 원래 모체는 내가 좀 더 기르면서

실험할 게 있어요. 한 마리만 남을 테니까 당신도 그리 신경 쓰일 일이 없을 거예요."


제일대학교에서 풍뎅이를 가져가고 이틀이 지나서 C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온다는 것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 시쯤 도착하게 될까요?" 늦어도 오전 중에 온다는 대답이었다. 그날 만성 씨

는 모체 풍뎅이를 작은 지퍼 팩에 넣어 비닐로 몇 겹을 둘둘 말아서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넣고 테이프

로 봉했다. 그걸 들고 정 여사에게 냉동고에 넣을 것이니 그리 알라고 말한다. 정 여사는 펄쩍 뛰면서

"당신 제정신이에요? 곤충을 음식 저장하는 냉동고에 넣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냉동고에 넣는 것이 실험이에요." "참 당신도 별별 호기심이 다 뻗치는군요." 하여튼 냉동고

에서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면 즉시 처분할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정 여사님! 일 년 내내 한 번도

청소하지 않는 건 어떻고요. 오죽하면 내가 다 청소할 걸 얘기하지 않았나요? 그 냄새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니 걱정 말아요. 비닐로 싸고 플라스틱 통에 넣어 둔 거니까. 안심하세요." 정 여사는 남편과의

승강이를 끝낸다. 몇 달 전에 남편이 도와주겠다면서 냉장고 청소 한 번 하자고 해서 다 들어내고 세제로 닦아 낸 적이 있었는데 주부가 해야 할 것을 남편이 먼저 얘기했으니 허를 찔린 기분이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올지 궁금했다. 주의력이 있고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오

가 되기 전에 도착했다. 대학원생이고 이름은 김 정석이라고 했다. 첫눈에 보기에 착실한 사람으로

보였다. 인상도 좋을 뿐 아니라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시원한 물 한 컵을 마시고는 바로 보여

달란다. 베란다 창고로 가서 사육통에 있는 광교풍뎅이를 보여 주었다. 신기한 것을 보는 눈이 되어 매우

놀라운 표정이 되었다. 모체는 따로 보관하여 만성 씨 자신이 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저희에게 다 주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내가 발견한 1대 모체는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실험

이 끝나면 인도할 계획입니다. 네 마리가 남았으니 연구하는 데는 충분할 거예요. 내 예상대로라면

성체가 되고 네 달이 될 즈음에 새끼가 분리될 거예요. 영양상태가 좋으면." "분리되다니요?"

학생이 놀라며 되묻는다. "그래요. 분리생식이라고 해야 하나, 얘들 등껍질 안에 날개가 있고 날개

아래에 일곱 개의 육 각형이 있는데 거기서 새끼가 성장합니다. 전화로는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니 그런 겁니다." "놀랍습니다. 얘들이 성체가 되면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약 5센티미터 정도 돼요. 등 껍질은 짙은 검은 자색이죠. 나는 연구분야는 모르지만, 앞으로 연구할

과제가 상당히 많을 거요. 성체가 되는 시일, 성체 무게, 먹이의 변화에 따른 영향, 병은 가지고 있지

않은지. 새로운 질병은 생기지 않는지 등등, 다른 풍뎅이와 비교 연구한다는 의미에서 해부하여 자세

하게 분석하는 것도 그중 한 가지일 거고요." "네,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새로운 종이라는 게

확인되면 여러 가지를 연구해야 하겠습니다. 어쩐지 제가 직접 담당하였으면 하는 욕심이 생깁니다."


"그렇기도 하겠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학자가 아니지요. 담당 교수니은 어떤 분이

신지 모르지만." "진 교수님께서는 연구 욕심이 대단하십니다. 맡은 직책도 여러 개가 됩니다.

이제 저와 같은 후배에게 이런 연구감은 넘기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얘기할 건 못됩니다만."

"후배에게 양보하는 선생님이길 기대합니다. 그런데 가져가기 전에 당부할 것이 있어요. 이 광교풍뎅

이가 내 생각엔 매우 험한 환경에서 장기간 잠들었다가 깨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합니다.


그래서 그 일차적인 실험을 내가 해보려고 하는 거고.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매우 공격적일

것이란 거예요. 그러니 다루는데 조심해야 할 것이고, 왜 사마귀 있잖아요. 교미가 끝나면 수놈을 잡아

먹으려 하는 공격성. 얘들도 그런 공격성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상상이 풍부하다는 비아냥을

듣더라도 난 이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아들었습니다. 저희에게 넘기시는 순간 저희가 책임을 지는 겁니다. 최대한

를 기울여서 관리하고 사육하겠습니다. 통에 번호가 있습니다."


"각 개체마다 번호를 부여했는데, 관리하자면 뒤 섞여서 있는 것보다 개체별로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2-4는 2대째의 4번이란 의미예요. 처음 발견되었으니 모체는 1대로 한 겁니다."

"그렇습니까? 말씀 듣고 보니 그 방법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참 사육장은 마련되어 있나요?"

"네, 사육장은 벌써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거 반가운 소리네요." 학생에게 인수 확인서양식

을 보여주고 서명 사인 하라고 했다. 학생은 거부감 없이 받아 사인까지 했다.


만성 씨는 뒤 끝이 깨끗한 사람의 모범을 보는 듯했다. 학생은 바로 가겠다고 했다. 나가서 점심

이라도 함께 하자고 한니 가면 할 일이 있어서 바로 가야 한다고 하며 출발했다. 배웅하고 돌아와서는

정말 한갓진 기분이 들었다. 시원 섭섭하기도 했다. 좀 더 김 정석 학생과 의견을 나누어 보고 싶다는

의중이었는데 앞으로 자기가 C대학에 찾아가서 광교풍뎅이의 상태도 보고 학생과 대화를 나누어 볼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학식이 없더라도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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