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지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제네바는 여러 국제기구와 다국적 기관이 모여 있는 중심지이다. 유엔 제네바 사무국, 세계보건기구, 세계무역기구 등이 이곳에 본부나 사무국을 두고 있어,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교관, 국제기구 직원, 연구자들이 이곳에 모인다.
특히 내가 살던 곳은 외국인 비율이 유독 높은 지역이었는데, 딸이 다니던 학교 반에는 스위스인이 한두 명 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이었다. 길을 걸으면 온갖 언어가 들려왔고, 말투나 행동 양식도 출신 국가마다 미묘하게 달랐다.
일반적으로 비자를 받아 스위스에서 거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가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은 스위스가 그만큼 매력적인 나라임을 의미할 것이다. 적어도 어쩔 수 없이 거주하는 사람들보다는 원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스위스는 살기에 참 좋은 나라다. 범죄율도 낮고 정치도 안정적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고품질의 교육과 의료 시스템도 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소득과 생활 수준을 유지한다. 이러한 점들은 국제연합(UN)이 발행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으로 평가되는 중요한 지표들이다. 또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스위스 프랑(CHF)은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 때 오히려 가치가 올라가서 역설적으로 스위스 프랑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 가서 소비를 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이사 온 후, 나는 스위스가 비교적 자살률이 높은 나라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소문으로만 생각했지만,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 지인이 “최근에 기차선로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어서 열차가 멈추는 일이 가끔 있다”라는 말을 전해왔다. 궁금해진 나는 검색을 해보았고, 실제로 스위스 인구 약 830만 명 중 매년 1,000명 정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스위스 연방통계청(Federal Statistical Office) 자료와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종합했을 때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약 5배에 달한다. 스위스 전체가 전 세계에서 안전하고 풍요로운 국가로 인식되는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였다.
나는 이 사실이 몹시 의아했다. 너무나 자유롭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직장을 다니기만 하면 월급도 많이 받고(일부 조사에서는 스위스의 평균월급이 세계 1위), 휴가도 넉넉하며, 물과 공기도 깨끗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이런 나라에서 살면 누구나 행복할 것만 같은데, 그 이면에는 불행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불행의 느낌이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살고 싶었던 스위스, 그래서 컴퓨터 배경화면에 스위스 사진을 띄어 놓았던 나였다.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을 직접 눈에 담았을 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가? 그렇게 처음에는 그저 모든 것이 황홀했다. 그리고 나는 그 감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지속되지 않았다. 1년도 되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 여길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보다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묘한 갈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찾아야 했다. 나 때문에 우리 가족 전체에 피해를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찾기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 보고자 노력하였다. 그렇게 나의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문장들을 적어보았다.
복권방에는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로또에 당첨되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기대를 누구나 품곤 한다. 그런데 여러 사회학·심리학 연구(예: Brickman, Coates, & Janoff-Bulman)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막상 큰돈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초기의 짜릿함이 사라진 뒤에는 점차 불안감을 느끼거나 기존 삶의 질서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고 한다.
하지만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렇지 않을 거야!”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큰돈을 한 번에 손에 쥔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제 불가능한 금액’을 손에 쥐면, 그것이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그것을 다룰 능력이 없다면, 잠깐의 달콤함 뒤에는 더 큰 문제가 찾아오는 법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하면서 나는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다양한 책을 매일 읽어 나가며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이 있으면 하나씩 따로 정리했다. 책의 권수가 늘어날수록 핵심 내용들이 비슷한 형태로 추려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매일 독서와 글쓰기 시간을 가지며, 기도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철학도로서 학문적 탐구도 이어갔다. 그러면서 나를 향해 선포할 문장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결국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나는 외부 요인에 그대로 휩쓸리기보다는, 나 스스로가 외부의 영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나 자신을 절제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생각과 습관을 분석한 것이다. 외부보다는 내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관점들은 평소에는 관심 있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신비로움을 나에게 안겨 주었다. 나는 적절한 통제와 절제가 만들어 내는 힘을 경험했다. 내 삶을 완전히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 준 것이다. 그렇게 내 삶은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말하는 것이 진리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어떤 이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적절한 통제와 절제'가 만들어내는 이 자유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더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앞으로 그 생각과 경험들을 하나씩 나누고자 한다.
저는 누구를 가르칠 만한 위인이 아닙니다.
여기에 기록되는 모든 생각들은 남이 아닌 저를 가르치기 위해 시작된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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