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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 Nov 18. 2024

<파견일기 12> 만우절 전야제

2017.3.31.

아이들 재우고 고요한 밤.

sns를 하다가 토론수업으로 유능한 어떤 선생님이 올린 학부모 편지를 봤다.

만우절을 맞이하여 보낸 편지에는

4월 1일자로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는 소식이었다.


나도 재미로

복사해서 내용을 나의 상황에 맞게 살짝 바꿔

저장하는 셈으로

울 학교 선생님 단톡방에 올려 보았다



***

안녕하세요. 4월을 시작하는 날이네요.

봄 햇살이 참 좋은 봄날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흐립니다. 갑작스럽게 아이들과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파견 연장 신청을 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서야 공문이 와서 연장이 불가하게 되었습니다. 부득이하게 4월 10일 월요일부터 00에 있는 서부교육청 산하 00유학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는 날까지 정성껏 살도록 하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믿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

갑자기 톡방이 시끌시끌.

"헐. 이건 뭐임?"

연구 부장샘이 가장 먼저 속는다.

점잖으신 교무 부장님이 조심스레 물으신다.

"만우절 아니제?"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꺽꺽 거리며

배 잡고 웃었다.

옆반 샘이 이런 건 교장, 교감샘한테 하는거라며 놀란 가슴을 유머로 승화시킨다.

"진짜? 나 해보까??

교감샘한테만??

해 볼까요??"


"난 찬성" (교무 부장님)

"교육청에 전화하실껄~ 재밌겠다 ㅋㅋㅋ~" (연구부장님)

힘을 얻어 톡을 넣었다.

2분 뒤.

읽으셨다.

ㅋㅋㅋㅋㅋㅋ키득키득 거리며

교감 샘의 반응을 기다린다.

교감샘은 눈치도 빠르고 유머 감각도 있으셔서

그리고 무엇보다 공문과 관련된 내용이니

말도 안되는 이 글을 바로 알아차리시겠지...

하며

어떤 이모티콘으로 답할지 고르고 있었다.

그 때

예상치 못하게

교감 선생님께 걸려온 전화.

격양되었지만 애써 침착하시며 이건 무슨 소리냐는 목소리.

컥컥컥.

당황했지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죄송해요. 교감 선생님 ~~~

교감샘은 00시 교육청 인사담당 장학사님께

이 밤에 전화 걸 뻔 했다며

껄껄 웃으신다.

연구 부장샘의 예상이 적중. ㅎㅎㅎ


옆반 샘이 한마디 한다.

"앞으로 방과후 업무가 더 힘들어질꺼예요"

컥. ㅋㅋㅋ


시골학교는

이런 정감이 있다.

혹시 나만 재미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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