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5.
#1.
출근했는데 교감샘이 말씀하셨다.
"샘, 5학년 사고쳤네"
헐.
그 전에 천안이 어쩌고 저쩌고 부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걸 들었는데
혹시?! 설마??!!! 정양이!!!
정양은 자주 나를 불안하게 했었다.
유튜브에서 알게 된 춤추는 언니야들이
생일에 초대했다며
다른 지역에서 1박을 하고 오겠다고 해서
옆 반 샘까지 동원해서 설득하고 말렸는데
갸우뚱하며 저 선생이 왜 저러나 했던 인물이다.
그 뿐이랴.
게임 채팅에서 남친까지 사귀셨다.
남친은 다른 도에 사는 중학생 오빠인데
3일 됐다며 나에게 자기도 모르게 고백했다.
그 날 나는 절대로 그 지역에 가면 안되고
00에서 00로 오는 버스는 없다고 알려라고
목이 아프도록. 열변을 토하며
아이의 동심?을 파괴했다.
안된다. 안돼!!! 절대로!!!
그런 정양이 천안에
갔나??? 뭔 일이지??
주말 동안 무슨 큰일이. ㅠㅠㅠㅠ
하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는데
교감샘이 장난 섞인 목소리로
"좋은 일이예요!"
하신다.
휴.....
정양은
한 달 전 제출한 우체국 글짓기 대회에서
전국 우수상을 받았다.
와우!!!
#2. 한 달 전.
학교는 무척 분주했다.
뭔 대회가 그리 많은지
쳐내고 쳐내도 교육청에서는 행사를 만들어야 했고
5-6학년 합쳐 10명밖에 안되는데
대부분의 학생은 대부분의 대회에 대표 선수로 참가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피로도도 높았다.
그래서 억지로 우체국 글짓기를 했다.
너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봐~
대충 해서 내자는 속셈.
그래서 장난스럽게 시작한 글을 다듬어
글짓기 대회 파일에 첨부했다.
모 아니면 도! 라고 생각한 동시.
(그래도 난 이런 동시가 좋다.
정형화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 )
심사위원 중에 나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당첨된 동시. (아래 첨부)
#3. 정양의 미래가 궁금하다.
3월 첫 수학 시간에 차라리 벌레가 되고 싶다던 정양.
100 나누기 2 계산을 식으로 보면 모르는데
100원 나누기 2명 하면 3초 안에 50원이라 말하는 정양.
수업 시간에 열변을 토하면 대부분 졸거나
엉뚱한 소리로 나를 비웃는 정양.
그래도 반장 선거 때 "반장이 된다면 매주 수요일 간식을 사오겠습니다"하여 반장으로 뽑힌 정양.
그 공약을 매주 잘 지켜 현 정치인들보다 높은 신뢰를 받는 정양.
까만 뿔테 안경에 가려진 쌍꺼풀 진한 큰 눈, 고운 피부의 정양.
2학기 맞아 머리도 잘 감고 높이 묶은 머리에 더 예뻐진 정양.
그녀의 10년 후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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