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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 Nov 17. 2024

<파견일기11> 사고 친 학생

2016.11.15.

#1.

출근했는데 교감샘이 말씀하셨다.

"샘, 5학년 사고쳤네"

헐.

그 전에 천안이 어쩌고 저쩌고 부장님과 이야기 나누는 걸 들었는데

혹시?! 설마??!!! 정양이!!!


정양은 자주 나를 불안하게 했었다.

유튜브에서 알게 된 춤추는 언니야들이

생일에 초대했다며

다른 지역에서 1박을 하고 오겠다고 해서

옆 반 샘까지 동원해서 설득하고 말렸는데

갸우뚱하며 저 선생이 왜 저러나 했던 인물이다.

그 뿐이랴.

게임 채팅에서 남친까지 사귀셨다.

남친은 다른 도에 사는 중학생 오빠인데

3일 됐다며 나에게 자기도 모르게 고백했다.

그 날 나는 절대로 그 지역에 가면 안되고

00에서 00로 오는 버스는 없다고 알려라고

목이 아프도록. 열변을 토하며

아이의 동심?을 파괴했다.

안된다. 안돼!!! 절대로!!!


그런 정양이 천안에

갔나??? 뭔 일이지??

주말 동안 무슨 큰일이. ㅠㅠㅠㅠ

하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는데

교감샘이 장난 섞인 목소리로

"좋은 일이예요!"

하신다.

휴.....


정양은

한 달 전 제출한 우체국 글짓기 대회에서

전국 우수상을 받았다.

와우!!!


#2. 한 달 전.


학교는 무척 분주했다.

뭔 대회가 그리 많은지

쳐내고 쳐내도 교육청에서는 행사를 만들어야 했고

5-6학년 합쳐 10명밖에 안되는데

대부분의 학생은 대부분의 대회에 대표 선수로 참가해야 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피로도도 높았다.

그래서 억지로 우체국 글짓기를 했다.

너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봐~

대충 해서 내자는 속셈.


그래서 장난스럽게 시작한 글을 다듬어

글짓기 대회 파일에 첨부했다.

모 아니면 도! 라고 생각한 동시.

(그래도 난 이런 동시가 좋다.

정형화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 )

심사위원 중에 나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당첨된 동시. (아래 첨부)



#3. 정양의 미래가 궁금하다.


3월 첫 수학 시간에 차라리 벌레가 되고 싶다던 정양.

100 나누기 2 계산을 식으로 보면 모르는데

100원 나누기 2명 하면 3초 안에 50원이라 말하는 정양.

수업 시간에 열변을 토하면 대부분 졸거나

엉뚱한 소리로 나를 비웃는 정양.

그래도 반장 선거 때 "반장이 된다면 매주 수요일 간식을 사오겠습니다"하여 반장으로 뽑힌 정양.

그 공약을 매주 잘 지켜 현 정치인들보다 높은 신뢰를 받는 정양.

까만 뿔테 안경에 가려진 쌍꺼풀 진한 큰 눈, 고운 피부의 정양.

2학기 맞아 머리도 잘 감고 높이 묶은 머리에 더 예뻐진 정양.

그녀의 10년 후가 궁금하다.



****



피카츄 우체국


피카츄 우체국은

500 층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카츄 집배원이

많기 때문이다.


피카츄 우체국 직원들은

매일매일 피카츄 옷을 입고 일을 한다.

아이들은 피카츄가 배달해주는

편지와 택배를 기다린다.


피카츄 우체국은 웃음 우체국이다.

생일 맞은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준다.

피카츄 옷을 입고 추는 "피카피카 춤"은 서비스다.


피카츄 우체국은 사랑 우체국이다.

슬픈 마음을 안고 있는 아이에게

위로와 격려가 담긴 편지를 나누어준다.

꼬옥 안고 토닥여 준다.


상상 속의 피카츄 우체국.

아이들을 사랑하는 행복 우체국

내가 커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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