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1.
1. 대망의 기말고사 날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등교한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논다.
약간의 잔소리와 함께
그래도 칠판에 시정표도 쓰여 있고
책상 배열도 달라졌는데
시험 분위기는 좀 내야 하지 않겠냐는 말에
마지 못해? 아니, 선심쓰듯 책을 펴 준다.
조용히 책을 잘 보는구나! 우리 강생이들~
하며 바라보았더니, 헉.
한 놈은 사회과부도.
한 놈은 과학 만화책.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2. 나 혼자 5과목의 문제지와 답안지를 다 만들었다.
물론 어딘가에서 내려온 자료가 있어
20프로 정도 수정, 편집 하는 작업이었지만
왜이리 힘들고 외로운지. ㅠㅠ
한 사람이 한 과목씩 맡아 연구하고 고심하여 문제내고
또 7-8명 동학년이 모여 서로 검토해주어
문제의 신뢰도와 타당도, 난이도를 조정하며 문제를 냈던
도시학교가 그립기도 하면서 적응이 안되기도 하면서....
왜 이런 생각이 들었냐면,,,
영어 시험 듣기 문제를 틀어주다보니
11번이 두 개다. ㅠㅠㅠㅠ
동학년도 없고
내 시험지 꼼꼼히 볼 사람도 없으니
나만 입 다물면 완전범죄이다.
그런데
서럽다.
누가 오타라도 봐주던 때가 그립다.
ㅠㅠㅠㅠ
3. 시험 치면서 완전 범죄 한 건 더 있다.
덜렁이 ㄱㅇ양이 빠뜨린 문제
툭툭 쳐서 알려주고
3번에 체크하고 4번이라 쓴 거
톡톡 쳐서 고치게 했다.
그래서는 아니다.
어쨌든ㄱㅇ양의 성적이 좋게 나왔다.
ㄱㅇ이를 좀더 격려해주고 싶었던 난
알림장에 점수도 써 주고
특별히 할아버지, 할머니께
칭찬 듬뿍 해 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라고
써 주었다.
다음 날 이야기를 들으니
"할아버지가 글씨 안 보인대요!
꼭 내가 유리한 것만 안 보이신대요!"
한다.
귀엽고도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