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이 전 날 무얼 잘 못 먹었는지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어릴적부터 아토피로 고생해 온 아들에게
가끔 일어나는 일이기에
이에 대비하여 약도 많이 처방받아 왔었고
알레르기 검사 결과지도 다 준비해 왔을 뿐 아니라,
오랜 경험으로 거의 아토피 석사가 된 엄마로서 판단하기에
이 두드러기는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도 거의 가라앉지 않은 채 일어난 아이를 보니 살짝 걱정이 되었지만
긍정 엄마의 기운으로,
오늘 신 나게 뛰어놀면 가라앉을꺼라 안심 시켜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우려한대로 오후에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샬라샬라, 당장 데리러 오라.
그래, 애만 데려 와야겠다는 마음으로 갔더니
nurse가 지금 당장 응급실로 가야한다며
완전 심각했다.
알겠다고 하고 그냥 집에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의사 진료 확인서를 받아서 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기 미국인데, 응급실을 가라고?’
머릿 속이 복잡해졌지만 어쩌랴…
왠지 안 가면 아동학대로 신고할 기세였다.
그래서 응급실로 갔다.
그래서 미국 병원 체험도 했다.
미국 병원은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1초만 기다리라던 의사는 이후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은
모두 친절했고 자기 소개 후
아이들과 일일히 교감했다.
(언어의 한계가 있으니 이런 중요한 장소에서는 부부가 동반해야했고, 따라서 아이들도 부모와 동행해야 하므로 응급실에 온 가족이 대기를 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자기 소개를 하는 의사(인지 간호사인지)를 네 다섯 명쯤 만나고 기다리고를 반복했을 때,
누군가가 물약과 주스를 건네 주었다.
그리고 30분 기다리고 살짝 가라앉아서 퇴원.
이쯤되니 약 덕분에 나은건지,
그냥 시간이 지나서 나은건지 미스테리다.
(오후에 병원에 가서 저녁에 나왔으니…)
그나저나 응급실 입원비는 300불 정도 나왔다.
후덜덜.
후기)
우리가 살던 지역에 애빙턴이라는 병원이 있는데
이 병원에서는 바우처 제도가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우리같이 자국 보험이 없는 자에게 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였는데, 유학생이라고 다 주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가 셋이나 있는 우리에게 이런 응급 상황은 너무나 불안한 요소였고, 그래서 서류를 꼼꼼히 챙겨 애빙턴 병원에 가서 심사를 받았었다.
그런데 거기서 돌아온 답변은
“너네 유학생이라며? 여기 비자에 돈 있어서 유학왔다고 적혀있는데 왜 신청해?“라는 차가운 거절이었다.
통역으로 도와주시던 분도,
“출산 계획 있으세요?”하길래
얼른 “아니오!”했더니
그럼 왜 신청하냐며 냉담했었다.
그래서 씁쓸하게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응급실 퇴원 후, 학교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 최근 알레르기 검사 결과를 가져오라고 했다. (아놔)
그래서 멋도 모르고 병원 진료를 갔는데
의사가 대뜸
“너네 보험 있어?”한다.
그래서 “한국 보험이 있어”했더니
“그건 안돼, 알러지 검사 가격이 만불(천만원)이야.”하며
줄리를 만나보라고 했다.
줄리는 병원 내 사회복지사 같은 분이셨고
그 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가 서류 준비하느라 고생하고, 덜덜 떨며 심사 받았던 그 바우처를 몇 가지 절차를 거친 후 손쉽게 만들어 주었다.
이것이 전화위복인가?
그래서 물론 응급실 입원비 300불은 공짜로 해결!!
(알러지 검사는 미루고 미루다,
학교에서 연락 왔길래, 우리 다음 달에 한국 가!
한국에서 치료 받을게~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