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부터
날개에 바람을 안고
부드럽고 빠르게
투명한 선을 그리며 온다
황토와 벽돌과 풀의 색으로 내릴 때
문득 보았을까
다시 창공으로 통하는
네모난 창을
솟구침의 본능을 찌른 파랑
활강의 여력이 상승 유턴을 향했을 때
둔탁한 충격음이
세상을 잠깐 멈추었다 돌린다
몸은 튕겼다가 느리게 낙하한다
목이 꺾인 목련이 투둑 떨어지고야 꽃잎이 나리듯
부리에 비친 핏방울도
깃처럼 떨어졌다
눈동자가 까맣던 어린 시절
바람의 길을 보여주고는
눈밭의 풀섶에 쉬던
꼭 한 번은 쥐어보고팠던 따뜻한 새를 주워 든다
떨림이 잦아들며
눈꺼풀은 아래서 위로 덮이고
발그레한 종아리
가늘게 오그라드는데
난 오늘
유리를 통과한 기억과
남기지 못한 소리와
죽음을 모른 채 순간에 죽은 행운을 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