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층짜리 학교 중앙 현관 위에서
팽팽히 당겨진 시위가 부챗살 모양으로
만국기를 펼쳤다
이제 가을은 만국기의 영토
폴짝 뛰어도 닿지 않는 꿈은
산골짝에 붙어사는 아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나라로 데려간다
얼마만의 잔치에 어른들이 먼저 달뜨고
한나절짜리 함바집 가마솥에는
소머리 국밥이 끓었다
피난 행렬처럼 널브러진 운동장 예가리
큰애들 작은애들 머슴애들 지지배들
손에는 모두 모두 오백 원짜리 권총이랑 인형을 쥐고
색색의 만장이 갈라놓은 가을 하늘 아래
사람들은 분홍색 소시지처럼 예쁘게 부풀어
후드득후드득 읃어터지는 청군 백군 오재미들에
박 터지는 가슴들이다
설보다 추석보다 좋은 오늘은
밭에 풀이 그냥 그냥 자라고
경운기랑 소가 같이 쉬는 날이고
할배 할매 아저씨 아줌마에 코흘리개들까지
몽땅 국민학생이 되는 날이다
점심때는 어데 그늘에서
조용 조용히 김밥을 먹는
목이 꽉꽉 막히게도 순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