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의 빅매치 /
#방구석1열, 공포의 빅매치
VIP석 관람
생생한 라이브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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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의 싸움
요즘 날씨가 추워지니 이불속에서 나오기 싫은 딸들의 등교 준비 시간이 늦어진다.
보통은 다음날 입을 옷을 정해놓는데 어제는 학원숙제 탓인지, 유튜브 탓인지 그러지 못했나 보다.
아침부터 생생한 라이브 공연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이란성쌍둥이 딸이다.
오늘 공연내용은 티셔츠 한 장을 놓고 벌이는 사춘기 여자들의 패션 전쟁.
그것은 공포의 빅매치다.
엄마인 나님께서 등장하며 공연은 시작된다.
엄 마 : 누가 먼저 일어날 거야? 머리 감는다며??
언니둥이 : 15분에 일어날 거야.
동생둥이 : 왜 내가 맨날 먼저 일어나서 감아야 되는데? 오늘은 쟤더러 일어나라고 그래!!!
구시렁대며 언니둥이가 후다닥 머리를 감고 나와 말리는 사이, 동생둥이가 언니둥이가 찜해놓은 티셔츠를 방에서 입고 나온다.
언니둥이 : 야~ 그거 내가 입으려고 했던 거야.
동생둥이 : 뭐래, 네가 언제 입는다고 했어? 말도 안 해놓고 난리야.
언니둥이 : (드라이기 소리에 묻히는 육두문자를 날린다.) $%#$*&$%#@#$%~~~
동생둥이 : (노려보며) 욕 하지 마, 속으로 찜한걸 누가 알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보다 더 한 말싸움은 계속된다.
싸움의 끝은 빨리 누구 하나가 포기해야 하는데, 오늘은 끈기 있는 두 여주인공 캐릭터 설정인가 보다.
두 여주인공의 열연에 아빠가 등장하며, 대사를 쏟아낸다.
"왜 아침부터 싸우고 난리들이야, 어? CCC!"
"가위 어딨어? 다 잘라버리게!!!"
(가위를 찾는 아빠, 당황하는 여주인공들)
"둘 다 입지 마."
아빠는 동생둥이가 벗어 바닥에 내동댕이 친 티셔츠를 주워 올려, 찾아낸 가위로 진짜 가위질 직전이다.
오스카 남우주연상도 울고 갈 열연을 펼친다.
오늘의 씬스틸러, 가위손 등장이요.
씬스틸러 (Scene Stealer)
: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배우를 일컫는 말 (네이버 국어사전 참고)
'저 인간 뭐야, 진짜 자르려고 저러나, 미ㅊ...'
VIP관람석에서 쫄깃한 심장을 부여잡고 집중하며 공연을 관람했다.
티셔츠 한 장 값이 날아가게 생긴 공연, 더는 볼 수 없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늦었어. 얼른 가방 챙겨서 나가!!!!!!!!!!!!!!"
관람만 하려던 여주인공 엄마의 절규로 아침 공연은 막을 내렸다.
방구석1열, 언제나 VIP석은 내 자리다.
이 공연은 왜 늘 공포와 스릴만이 가득한가.(엄마가 심야괴담회 좋아하는 건 어찌 알고)
봄날의 햇살 같은, 초가을의 선선한 저녁바람 같은 그런 간질간질한 공연은 볼 수 없는 것인가. 진정!
공짜 관람인데 뭘 더 바라겠나.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부디 아침 공연으로 끝나길.
다른 내용으로 저녁 공연은 없기를.
같은 내용으로 앵콜 공연만은 없기를 바라본다.
아마 오은영 박사님이 우리의 아침을 봤으면, 눈을 질끈 감으시며, '잠깐만요'라고 외치셨겠지.
다정한 관찰자 이은경샘은 또 뭐라고 하셨을까.
퇴근 후 4명의 출연자들, 거실 협상테이블에 앉아야겠다. 다음 공연을 위해.
11월 가을 어느 날, 아침 공연 관람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