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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알바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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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깔깔씨 Oct 31. 2024

폭탄머리 고객님

나의 첫 JS

나는 3년 차 알바생!

믿기 힘들지 모르겠지만, 알바가 너무 재밌다.

  

일단 내가 일하는 곳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쇼핑과 레저, 휴식이 한 곳에 서 이뤄지는 종합쇼핑몰  **필드에 있는 스트릿 브랜드 여성 의류 매장이다.

그중 우리 매장은 전국 50여 개의 매장 중 매출 TOP3안에 드는 제법 큰 규모의 매장으로, 옷의 종류도 가짓수도 말도 못 하게 많은 곳이다.

예를 들면, 흰 셔츠의 종류만도 30여 개 정도 되는 그런 곳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과 차고 넘치는 옷 덕분에 항상 고객들로 북적북적하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구매고객보다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래서 일일이 고객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알바특유의 성대장착

“어서 오세요.” “필요한 거 있음 말씀해 주세요.” “이런 거 추천해 드릴게요.” 등등등

이런 멘트는 일절 필요가 없다.

고객님이 물건을 골라오면, 창고에서 새 제품으로 찾아와서 결제해 주면 끝이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탓에 정말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기상천외하다.


그중 제일은 폭탄머리 고객님이다.

오~ 비주얼이 독보적이다.

범상치 않다.

한눈에도 살짝 JS(진상) 끼가 보인다.


짧은 단발머리 길이에 폭탄 맞은 것 같은 푸석푸석한 파마머리

돋보기안경 너머로 보이는 작은 눈

44 사이즈의 스키니 한 몸매

조금은 없어 보이는 난해한 패션

그에 어울리지 않는, 올 때마다 바뀌는 하이엔드 명품가방


방문시간은 11시~2시 사이

또 왔다!

예의주시해 본다.


1단계 매장을 쓱~ 둘러본다.

2단계 본격적인 쇼핑에 들어간다.

         ▶ 헹거에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꺼내보고, 대충 걸어놓는다.    

            (여기까진 ok 이런 손님들은 많으니까)

         ▶ 바지는 입어보고 아무 헹거에 휙! 올려놓는다.

            (흠... 이런 식이다 이거지?)

         ▶ 문제는 터틀넥티셔츠! 올게 왔다. 티셔츠는 옷의 특성상 착용이 불가하다.

            더구나 터틀넥! 폴라말이다 폴라. 한 번만 입어도  영락없이 목이 늘어나는 폴라티.

           그걸 들고 피티룸으로 들어가려는 걸 발견하고,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고객님 그 제품은 착용 안 되는 제품입니다

이거 살 거예요”(내가 이런 말 하는 사람치고 사는 꼴을 못 봤다)

구매하실 거면 결제하시고 착용ㅎ...”라고 말하려는데, 이미 들어갔다. 

입고 나오더니 팔에 걸친 채 유유히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런데 어………어?

안 보인다. 사라졌다.

다른 고객님 결제를 진행하는 찰나에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거다.

화장품이 잔뜩 묻은, 이미 목이 한껏 늘어나버린 목폴라만 휑하니 남겨두고 그녀는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분하다, 놓쳤다.


말짱한 새 옷을 단 몇 분 만에 불량품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 나의 JS여.

세상에 이런 인간도 다 있나.

주섬주섬. 패잔병이 된 심정으로 불량이 되어버린 옷을 수습하며 각오를 다져본다.

다음엔 절대 안 놓쳐, 어디 한번 두고 보자.


3단계 직원 모르게 사라진다. 였던 거다.


며칠 후 퇴근길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맞다.

폭탄머리다.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난 거다.


폭탄머리가 너무 궁금하다.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있는지

어디에 사는지

직업은 있는지


뒤를 밟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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