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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말랑떡 Dec 24. 2024

나는야 크리스마스 비밀요원.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하는 엄마의 비밀대작전

나무관세음보살~대보살. 성불하십시요.

크리스마스이브날에 이게 웬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난 불교신자다. 절을 들락날락하시는 어머님의 영향으로 모태신앙이라고 할까?

교회보다는 절이 더 편한 불교신자도 1년 중 할렐루야~외치는 날이 있으니 바로 세계인의 축제 크리스마스이다. 이참에 메리크리스 마쑤~!


고백하자면 어릴 적 잠시 외도한 적이 있다. 초등시절, 친구가 성경학교에 가면 선물도 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을 수 있단 말에 교회를 갔다. 집에서는 꿈도 못 꾸는데 웬 횡재냐! 콧노래를 부르며. 크리스마스 캐럴 노래도 신나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때까지 이 세상 모든 어린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거라 철석같이 믿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맞이하기 위해 서랍장에 있는 큰 양말을 찾아 현관 앞 가운데 고이 모셔두었다. 내가 했던 착한 일을 떠올리며 어떤 선물이 들어있을까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크리스마스 날, 눈곱도 떼지 않은 채 달려간 양말은 아침이 되었음에도 축 늘어져 자고 있었다. 일어나! 일어나란 말이야! 당시의 절망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 느껴본 감정에 아직도 큰 구멍이 메워지지 않은 아픈 기억이다. 그 이후로 크리스마스는 강 건너 불구경 보듯 나와 상관없는 날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아이를 낳아보니 크리스마스는 다르게 다가왔다. 아이의 행복웃음을 밥으로 먹고사는 엄마는 그날만 기다린다. 아~크게 한입 먹고 나면 평생기억으로 따스해진다. 고로 난 실행한다. 이름하여 크리스마스 비밀대작전.


당신을 크리스마스 비밀 작전의 특수요원으로 임명합니다.
첫째도 둘째도 안전!! 이 아닌 비밀!입니다. 작전실패가 되지 않도록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들키지 않게 조심하도록! 이상 끝!


엄마의 크리스마스 대작전

1. 관심사 파악하기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남겨두고 아니 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이가 평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받고 싶은지 알아두어야 한다. 엄마의 작은 욕심을 담아 장난감보다 책을 선택한다면 그날 작전은 실패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제외) 그 실망 가득한 표정을 보고 싶지 않다면 철저히 사전조사는 필수다.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물어본다.

"햇님아 크리스마스에 뭘 받고 싶어?"물을 때 아이의 답이 나오면 가볍게 성공이다.

허나 아이의 답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햇님아 산타할아버지한테 편지 안 써? 편지 써야지 산타할아버지가 알고 선물 주시지" 라며 종용한다.

 여기에 힌트를 얻어 선물을 골랐다면 1단계 성공이다.

간혹, '산타할아버지 썰매 타고 싶어, 루돌프 따라갈래'와 같은 엉뚱한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이때는 절대 당황하지 않고 산타할아버지는 비밀 속에 있음을 알려주며 현실적인 대답이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해 본다.

( 추신 - '엄마 말 안 들어서 선물 못 받을 거야'는 금지어로 절대 하지 않기. )

최애 간식을 산타할아버지께.

2. 선물 사기 

 1단계를 통해 선물을 골라본다. 선물은 종류에 따라 직접 갈 수도 인터넷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직접 선물을 사는 경우가 제일 안전하다. 배송이 언제 오는지 조마조마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는 기쁨은 내가 선물을 받은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인터넷 주문의 경우 손쉽게 주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택배아저씨와 텔레파시가 연결되지 않는 이상 배송기간과 받는 시간이 문제다. 참고로 우리 집의 경우 택배가 올 때마다 본인이 꼭 뜯어봐야 하므로 비밀유지가 되지 않는다. 이에 같은 아파트에 있는 언니 집으로 주소지를 바꾼다. 이렇게 배송지를 바꿀 수 있다면 언제든 작전성공은 유효하다.


3. 선물 포장 및 선물 보관장소 선택

선물포장도 비밀리에 유지되어야 한다. 집에 있거나 익숙한 포장지로 선물포장을 하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한다. 아이가 자거나 없는 틈에 포장하는데 남은 포장지와 종이들은 즉시 버려 집안에 흔적이 남기지 않도록 한다. 선물 포장을 다 했으면 보관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보관장소는 아이가 손이 닿지 않는 곳을 생각하여 신중하게 선택한다. 꼭 집안이 아니어도 된다. 경험으로 현관 밖에 있는 소화기전, 계량기함은 안성맞춤인 장소이다.

큰걸 사가지고 후회막급. 창고 속에 잠자는 선물.


4. 선물 전달 (성공 VS 실패)

크리스마스이브는 결전의 날이다. "일찍 자야지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시지" "산타할아버지 본다고 늦게 자면 그냥 가실지도 몰라" 하고 무언의 협박을 한다. 아이가 보통 9시에서 10시 사이를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선물 놔두는 시간은 12시 전후를 추천한다. 깊은 수면에 들기까지 기다린다. 코까지 골면 그때가 나이스 타이밍! 주의할 점은 아이와 함께 꿈나라로 갈 수 있으므로 진동 알람은 필수다. 깊게 자는지 손바닥으로 아이의 얼굴을 휘휘 젓다가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선물을 정해진 장소에 놓아둔다.  무중력상태의 우주인처럼 발걸음은 최대한 가볍게, 몸짓은 천천히, 소리는 내지 않게 비밀작전 중 제일 중요한 세 박자다. 장소는 아이의 머리맡이나 트리 앞이 좋다. 사실 두세 번 아이의 머리맡에 놔두다 간이 떨려 그 후론 거실에 있는 트리 앞에 살며시 놓아둔다. 선택은 자유롭게 하시길. 이제 아이의 함박웃음을 기대하며 아이 옆에 아무렇지 않은 척 잠이 들면 된다. 크리스마스 당일날,  "엄마! 진짜 산타할아버지 왔다 갔나 봐!" 일어나자 마자 아이가 토끼눈을 한다면 할렐루야! 작전성공이다. 세상 다 가진 아이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엄마의 마음 또한 세상 어느 것보다 커진다.




왜 이렇게까지 비밀요원이 되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첫번째로 아이의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다.  훗날 진짜가 아니란 걸 알게 테지만  동심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느끼고 경험하기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어른이 되면 안다. 어릴 적 따스한 추억이 어른의 삭막한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것을.

두 번째로 절망감에 빠졌던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선물을 받으며 기뻐할 아이의 모습은 나의 어릴 적 얼굴과 같다. 나의 모습이 아이에게 투영되듯 내가 받지 못한 선물을 아이를 통해 보상받는다. 이해받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약손같은 선물이다.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로써 절망감에 빠져있던 커다란 구멍은 점점 작아질 수 밖에.


아이가 성장하면서 가끔 묻는다.

"엄마 친구들이 그러는데 산타할아버지는 없데. 가짜래. 진짜 없어?" (애비 애비~ 그런 말은 귀 막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유무를 떠나서 크리스마스는 모두에게 행복한 날이어야 한다. 선물을 받는 기쁨이 아이에게 있다면 그 기쁨을 보는 이는 두배로 행복할 수 밖에.

지금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산타 할아버지는 언제나 옆에 존재함을 말해주고 싶다. 너와 내가 만나기 위한 날이기에 어른이 때까지 엄마산타는 출동한다. 비밀리에.


크리스마스이브날,

엄마의 비밀작전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미션완료.

크리스마스 비밀요원은 아무나 하나~오늘도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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