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Lifetimes),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내밀인의 영화 노트

by 우수수

인생 (Lifetimes)

장이머우 감독 / 1994 / 중국, 대만


엔딩 이미지가 있습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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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로 시작하는 영화.


중국 영화에 대해 나름의 편견이 있었다.

과장된 연기, 극적인 스토리, 화려한 액션, 놀라면 과하게 뜨는 눈,

빠지지 않는 쿵푸와 넘어지면 하늘을 붕 날아가는 리액션들... (홍콩 중국 합작 영화 '엽문'은 그래도 좋았다..)


그동안 내가 접했던 대부분의 작품이 그랬기에,

담백함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내 의지로 찾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이 영화도 역시 처음엔 그런 예상을 안고 보기 시작했다.

이미 예측되는 연기를 생각했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결로 다가왔다.


이들만의 호흡으로 완성된 밀도 높은 공간과 배경,

의외의 절제된 감정, 그리고 과장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여운.

한 장면 한 장면을 따라가며,

나는 처음으로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가족과 생존 그리고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적인 삶이 어떻게 휘청이고, 버티고, 흘러가는지 변화해 가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니

내가 그동안 이 나라의 이야기를 너무 단편적으로만 보아온 건 아닌지 조심스레 돌아보게 된다.


너무 비호로만 봐서 죄송합니다,,

시대를 공부하면서, 조심스럽게 적어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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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잃었어. 돈도 아내도 집도 가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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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의 내전 속에서도,

이들은 또다시 살아낸다.

한때 잘못을 뉘우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책임감과 함께 시작했던 그림자극은

다시 삶의 돌파구가 된다.

위기 속에서도 인형을 놓지 않고, 덕분에 또 위기를 모면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마음은 오직, 가족에게 향해 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함께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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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다녀오니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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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 가족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만 가득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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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가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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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문화대혁명,,


그저 딸을 좋은 사람에게 시집보내고 싶었던 평범한 부모는

이 순간에도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마오쩌둥에 점령되어 공산주의로 물들어가고 있었고,

그들은 그저 '더 좋은 세상이 오고 있구나'라고 믿는다.


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작고 소박한 일상의 희망을 품었던 사람들.

그 믿음이 슬프도록 순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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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70년대.


유튜브 영상에서 봤던 장면이 기억난다.

엔딩에서 가족이 밥을 먹는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데,

당시 중국 관객들은 그 장면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장면이야말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참고로 원작은 결말이 다르다고 한다.. 이게 좋아..



영화의 원제는 '살아간다는 것 (Lifetimes)'

요즘 들어 자주 떠올리는 말이기도 하다.

"살면 살아진다."

어떤 삶이었든, 어떤 경험을 했듯,

우리는 어떻게든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든 살아낸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우리가, 그토록 많은 생각을 품고도

결국엔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의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결국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영화는 더 잔인하고 슬프면서도

기묘하게 또 희망적이다.


어쩌면 내 탓이 아닐지라도,

어떤 환경에 의해 다양한 이유가 생기더라도,

우리는 강인한 사람들이고

그렇게 살아왔고 또 이겨낼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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