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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를 입어주세요

at 마마노이 인 치앙마이

by 비읍비읍

오늘도 반쯤 열려있는 베란다 문을 통해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을 뜬다.

한국과 2시간의 시차가 있다는 걸 고려해 볼 때,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내 생체시계가 "아직도 자고 있어!?'라고 소리를 빽빽 지르고 있었던 것이겠다.


전날에 야시장을 돌며 많은 걸 먹었던 우리는 아침 조식을 먹지 않고 커피만 한잔 먹기로 했다. 어제 그 자리 그 위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차들을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따뜻한 날씨를 찬양하며 너무너무 좋은 휴가라고 이야기했다.


오늘은 아내가 계획하고 예약까지 완료한(?) 태국식 쿠킹 클래스를 하기로 한 날이고 쿠킹 클래스 이름은 Mamanoi Cookery School이다.


9시까지 숙소 앞으로 픽업오기로 했는데 혹시 예약이 안된 건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내 말에 따르면 예약 확정 회신이라던지 수업 전날에 리마인더 메시지 등이 오기로 되어있다는데 받은 게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다시 확인할 것을 채근질하며 불안에 떨고 있던 찰나 픽업차량이 도착했다. 머쓱...


픽업차량은 치앙마이에서 흔히 보이는 픽업트럭 위에서 서로 마주 볼 수 있게 좌석이 만들어진 차량이었다. 매우 프랑스인처럼 보이는 커플과, 누가 봐도 한국인일 것 같은 커플이 먼저 앉아있었다. 내가 기피하려 했던 한국인 조합을 회피할 수 없는 공간에서 만나버리게 된 것이다. 한국인 커플 중 남자분은 굉장히 외향적인 성향의 분이셨는데, 우리뿐만 아니라 프랑스인들에게도 곧잘 말을 걸었다. 이후 프랑스인 커플 한 팀이 더 합류하고 나서야 그분의 스몰토킹은 멈추게 되었다.


지난번 파리 여행을 했을 때처럼 불어를 할 줄 아는 아내를 선보이고 싶어서 나 혼자서 안달이 났다. 아내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저 대화에 어서 합류해' / '자기도 불어할 줄 안다고 저 사람들한테 말해볼게!?' 등 조잘거렸지만 아내가 조용히 좀 하라며 나를 제지했다.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게 이렇게 여행지에 와서 다른 환경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도 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던가~?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시무룩하게 있으니 아내가 프랑스인 커플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부분씩 번역해서 내게 말해주긴 했다.

그들이 피피섬을 갔다 왔고 프랑스의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단지 아내가 그들과 재잘재잘 얘기하는 모습을 봐보고 싶었을 뿐...




쿠킹클래스는 전통시장에 가서 재료를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리 클래스의 담당자분께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시는데 단순히 언어적으로 뛰어난 게 아니라 눈치/콧치가 참 좋으신 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태국 스타일의 영어로 'after this'를 참 많이 말하시는데, 말로 마사지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KakaoTalk_20250315_144730637_01.jpg 이건 소스고... 저것도 소스고... 그것까지도 소스입니다!


시장에서 클래스로 이동해 보니 같이 차를 타고 온 한국인 커플은 다른 데로 들어가고, 이탈리아인 커플이 합류했다. 나중에 들은 내용이지만, 그들은 실내에서 진행하는 것을 선택했었고 가격이 조금 더 나간다고 했다. 태국까지 와서 에어컨 바람 안에 갇힐 생각이 없었으니 아내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한국사람들도 많았지만 외국인들이 진-짜 많이 있었다. 사실 나는 살면서 쿠킹 클래스는 들어볼 생각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많은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여행 가는 국가를 더 깊이- 진지하게- 알아보고 싶을 때 식문화를 체험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다 만들어진 요리야 이곳저곳에서 먹을 수 있다지만 어떤 재료로 만들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조리했는지까지 알기 위해서는 쿠킹클래스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와 아직 가보지 않은 국가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때도 현지 쿠킹 클래스에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장에서 재료를 설명하는 것에 이어, 클래스 진행하는 곳 바로 옆 텃밭에서 재료를 추가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아시아권인 우리는 익숙한 재료고 접해본 재료들이었는데, 프랑스/이탈리아 분들께서는 많이 신기해하거나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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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3가지 메뉴를 선택해서 만드는 코스였고 STIR FRIED, SOUP, CURRY AND PASTE라는 항목에서 한 가지씩 골라야 했다. 나는 팟타이와 똠양꿍 그리고 카오소이를 선택했다. 대부분 대동소이한 결정들이었지만 아무도 똠양꿍만큼은 선택하지 않았다. 다름을 체험하러 왔겠지만, 너무 다른 것을 선택할 수는 없었을 테니 그럴 수 있겠다.


서로 이름과 나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스몰토킹을 아주 조금 진행하고 재료 손질을 시작했다. 프랑스분들은 우리 나이대 정도였고 이탈리아 분들이 60살 정도였다. 이탈리아의 남자분은 호불호가 확실하여 단맛은 거부하고 향이 강한 허브류들도 거부했다. 매우 단호했다. 프랑스분들은 맞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전형적인 프랑스인'처럼 생겼다. 넷이 다 다르게 생겼는데 아무튼 프랑스인처럼 생겼다. 그리고 본인의 이름을 말하는데 그것이 무엇을 말한 건지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분명 듣긴 들었는데 바로 머리에서 사라져 버릴 정도로 난생처음 듣는 발음들로 발음되었다. 프랑스인들만 어리둥절해하며 연신 이름을 말했고, 우리와 이탈리아사람 담당자인 태국인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ㄲㄲ. 더더욱 아내를 그들과의 대화에 밀어 넣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세상에 나만 아내를 귀여워하고 감싸주는 줄 알았더니, 다른 나라 커플들 모두 본인의 파트너를 애지중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 세계 좋은 관계를 이루고 있는 커플은 다 비슷하구나 싶다.


재료손질이 끝나고 조리장으로 이동했다. 각자 1인 1 웍을 차지하고서는 담당자의 힘찬 영어 구령에 맞게 3가지 요리를 슥삭 슥삭 진행했다. 한국에서도 곧잘 요리를 해왔기에 무리는 없었지만 강력한 가스불과 꽤나 큰 웍에서 조리를 하니 더위에 취약한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어찌 보면 벌써 3일 차가 된 우리는 그간 식당에서 먹어온 태국음식들과 맛을 비교해 보자고 얘기했다. 우선 팟타이는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거의 5번 정도 먹었는데 각자 특색이 다르고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해서 어느 곳에서 먹은 것이 우위에 있는지 결정하기 어려웠다. 똠양꿍은 전날에 숙소 근처에서 먹은 게 더 맛있었다. 아마도 내가 '매운 거 잘 먹는다(?)'라고 말을 했는지 담당 선생님이 매운 소스를 많이 뿌려 넣어서 그랬던 것 같다. 카오소이는 이곳에서 먹은 것도 참 맛있었지만, 이후에 여행 중에 먹을 때마다 감탄했다.

KakaoTalk_20250315_144730637_03.jpg 최고 맛도리, 카오 소이


카오소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태국에서도 북부지방에 속하는 치앙마이의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계란으로 만든 면이 아래에 깔려있고 된장 비슷한 진득한 국물이 올라간다. 그 국물 위로 고명을 올리듯이 바삭한 면을 올리는데, 국물에 적셔가며 조금 눅눅해지는 면과 아래에 깔려있는 면을 함께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닭다리가 꼭 하나씩 들어가는데 전반적인 색은 일반적인 노란빛의 카레 색이다. 쿠킹 클래스에서 뿐만 아니라 숙소 조식에서도, 카오소이로 미슐랭을 받았다는 곳에서도 먹어봤는데 각각 다 존맛탱이었다.

아내는 메뉴 너무 맛있는데 한국에 갖고 들어가서 장사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맛은 있지만 그 맛이 대중적이라면 이미 가게가 많을 것이고, 가게가 없다면 대중성이 없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음식장사라는 게 재료손질부터 조리까지 포함하는 것인데, 그건 누가 하는가!? 여보 자네가 하는 거 맞지?


그리고 태국의 명물이라는 망고밥, Sticky rice with mango를 만들어 먹었다. 음식 조합의 국룰은 단짠단짠이라는데 이것은 단/단 조합이다. 태국을 가면 필수 코스라고는 하는데 아내와 나는 이제 와서야 이것을 먹게 되었다. 비주얼도 너-무 좋고 맛도 굉장히 맛있었다. sticky rice라는 것에서 개인적인 불호-느낌이 있었지만 망고가 너무 잘 익었고 맛있으니 모든 걸 다 커버하게 된다. 치앙마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기대하는 비비드 한 트로피컬의 컬러들이 클래스를 통해 만들어 먹은 4개의 메뉴들에 다 들어있었다.


KakaoTalk_20250315_144730637_04.jpg 너무 맛있는 망고찰밥(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음)


9시에 출발한 쿠킹 클래서는 숙소에 다시 돌아와 보니 오후 2시였다. 이번 여행은 식도락 여행이라고 하지만, 오전에 너무 많은 걸 만들어서 먹었다. 아내의 머릿속에는 아직 맛보지 못한 음식들이 한가득이었겠지만 지금은 한 타임 쉬어가야 할 시간. 어제 bolt 운전기사의 조언을 고려할 때, 5시부터는 퇴근시간에 걸리게 되니 우리는 4시에는 어디든지 출발해야 했다. 그럼 그때까지는 휴식을 취하며 숙소 수영장으로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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