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바사삭 일 땐 탄 김치전을

바삭바삭 바사삭

by 다시
짧았지만 오붓했던 점심


요즘 아기는 내 옆에 붙어있으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내가 멀어지면 우는 소리를 낸다. 재접근기의 시작인 것일까? 아우를 타는 것일까? 온갖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와~~~ 앙~~~~' 하면서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팔을 벌리면, 나는 웬만하면 안아주려고 한다. 방아를 찧듯 아기를 안아주다 내려놓다 하다 보면 허리가 아프다. 게다가 아기는 그냥 안겨있지 않다. 높아진 눈높이만큼 보이는 것이 더 많아지고, 그러면 이것저것 더 만지려고 한다. 그러다가 몸을 뻗대기 시작한다. 나는 그러다 지친 표정을 하게 된다. 엄마는 아기의 우주라는데, 내 아기의 우주는 어떻게 기록되고 있을까. 대체로 잘 안아주고 따뜻하나, 미지의 세계일 것 같다.


매가리 없이 오전을 보내다가, 아이를 예쁘게 입혀서 도서관 스토리타임에 가려고 했는데, 열쇠를 분명히 차에 가져갔는데 차에서 열쇠가 보이지가 않는 것. 알고 보니 앞 좌석과 옆좌석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찾고 나니 스토리 타임엔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동네 마트인 타깃에 가서 산책했다. 부활절이라 토끼 모양 예쁜 색깔 장난감들이 많았는데, 아기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을 거 같다. 집에 오는 길, 아기는 잠이 들었다. 점심을 스킵하고 잠이 들면 보통 아기는 2시간 낮잠을 자지 못한다.


시간은 없고, 맛있는 건 먹고 싶고... 하여 조금 남아있던 신김치통에 부침가루를 넣어 김치전을 해 먹었다. 딱 2장 나왔다. 첫 번째 김치전은 좀 방심하다가 군데군데 타버렸다. 탄 부분은 안 좋다지만, 역시 맛있다. 바삭바삭.


오랜만에 먹는 바삭하고 맛있는 김치전과 반대로, 내 멘탈은 바사삭이다. 이쯤이면 언제든 아이가 깰 수 있다. 아이가 일어나면 아마 우유를 찾을 것이다. 우유를 먹고 나면 고체식은 먹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바사삭. 우유 양은 요 며칠 다행히 좀 줄였지만, 고체식을 더 많이 주고 싶은데 아이는 내가 만든 이유식이 크게 맛이 없나 보다. 그냥 적당히 먹는다. 하지만 다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인스타그램 보면 아이와 행복하고 재밌는 이유식 하는 엄마들도 많은 것 같은데. 빠작. 깨지려는 멘탈.


하지만 나는 엄마다. 금 간 멘탈이 깨지도록 놔둘 수 없다. 바삭한 김치전과 아이가 어제 먹다 남긴 이유식을 먹으며 나를 위로한다. 설거지를 하고 싶지만 아이는 기상.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우유를 먹는 것을 보니 더 졸린 것 같아 다시 재우려고 하지만 역시 헛된 시도. 아이를 재우는 것은 실패하고, 일단 아이를 아이 침대에 눕히고 나니 긴 대성통곡의 시작. 결국 다시 데리고 나오고, 내 느낌에 아기는 낮잠은 낮잠대로 오래 못 잤으니 피곤한데, 자고 싶지는 않은데 자신을 또 눕혔다는 것에 삐진 것 같다. 아이를 실망시키는, 눈치 없는 우주.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님이 나오는 영상을 보니, 애착에 중요한 3 요소가 민감성, 반응성, 일관성이란다. 일관적으로 아이에게 적절하고 신속한 반응을 줘야 한다는데, 나는 일관적으로 약간 덜 민감하고 약간 부족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리고 기저귀 냄새를 맡아보니, 갈아줘야 할 타이밍. 아마 기저귀가 불편해 더 울었던 것 같다. 요즘 아이는 기저귀를 갈려고 하면 발로 차거나 돌아누우려고 하거나 앉으려고 해서 약간의 제압이 필요하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 가며 제압하며 기저귀를 갈고, 아이를 안고 세면대에 잠깐 앉히고 내 손을 씻고, 그러면 아이는 화장실에서 뭔가를 또 만지고 싶어 하고... 그러다 남편이 오고, 잠깐의 낮잠을 자고 일어나 정기 검진을 갔다. 돌아오는 차 안, 소리 지르는 아이에게 내 머리끈을 쥐어주며 달래 가며 집에 돌아와 하이체어를 싫어하는 아이를 남편 무릎에 앉히고 드디어 이유식을 준다. 여하튼 말로 다 풀어쓸 수 없는 부산함의 향연인 요즘 하루하루다.


금이 간 멘탈을 깨지지 않게 잘 달래려고, 이렇게 오밤중에 글도 쓰고, 점심에 김치전도 먹고, 유튜브도 보고, 저녁엔 햄버거로 때우기도 한다. 전업 육아의 세계에 들어오고는, 이민을 한 번 더 했다고 해야 할지, 속세를 떠난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여하튼 보통 사람들과 다른 달력과 공간을 살고 있는 기분이다. 이 공간과 이 세계에는 오직 내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 자는 시간만 존재한다. 그리고 아이가 편한 공간, 아기가 갈 수 없는 공간만 존재한다. 내가 아니지만 나의 하루를 지배하는 나의 아기. 아기 입장에서도 내가 우주고, 아이도 지금 나의 우주다. 그리고 우린, 대체로 따뜻하지만 서로에게 미지의 세계. 미지인 전부.


지금 이 시간에도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있다. 전업 육아를 하니 속세를 떠난 느낌이라곤 하지만 나는 속세에 속해있고, 계속 속하고 싶다면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육아와 직업인의 세계가 너무 다르게 느껴져서, 이 두 가지를 다 해나가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남편을 봐도 그렇고, 다들 해나가니 나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로 할 수 있을까? 입시가 끝난 듯 끝나지 않았는데 조만간 둘째도 태어나고, 첫째는 부족한 나만 바라보고 있다. 내일은 무엇으로 내 금 간 멘탈을 보호하며, 아이의 더 나은 우주가 될 수 있을까. 더 낫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대체로 따뜻한 우주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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