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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Nov 07. 2024

셰프 장학금을 따다니!

요리학교에서 인정받는 법


오리엔테이션과 수강신청 등으로 바쁜 첫 주를 보낸 뒤, 드디어 두 번째 주부터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되었다. 요리 경력이 전무했던 나는 키친에서 쓰이는 프렌치용어들과 이름을 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여행 갈 때도 일정을 짜지 않는 천상 P인 나였지만, 수업 준비에는 완벽한 J가 되어보기로 했다. 실습 동기들 대부분은 이미 본국에서 요리 학교를 졸업했거나 이곳에서 몇 년의 경력이 있다고 서로 자랑하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지만, 나는 오직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하고 싶던 것을 엄마에게 부담 주기 싫어 억누르며 살아온 나에게는 나만을 위해 살아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대에 가고 싶다고 학원비만 지원해 달라고 했던 그때의 간절함이 떠올랐고, 주어진 기회를 꼭 잘 해내고 싶었다.

포기해 봐야 나는 돌아갈 곳이 없으니까.


학기 시작 후, 아차! 여긴 매니지먼트까지 배우는 엄연한 컬리지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다시 교양 과목을 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대학 학위가 있으면 교양이 면제된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학교에서는 이 정보를 나서서 알려주지 않기에 스스로 찾아야 했다. 나는 학과 사무실을 찾아가 한국 학교 졸업장과 성적 증명서를 제출해 무사히 4과목의 교양을 면제받았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공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chef’s house 행사 대표로 디쉬 선보인 날



요리에 재미를 붙이며 1학기가 지날 무렵 우연히 장학금 신청 공고를 발견했다. 예전 같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그 공고를 보고 “한 번 해볼까?” 구미가 당겼다.

당시 나는 운 좋게도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동료들은 대부분 브로큰 잉글리시를 쓰는 이민자 이탈리안들이었다. 그리고 나의 유일한 캐네디언 동료 A도 그중 한 명이었다. 맛있는 밥을 사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에게 장학금 신청서를 교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영어를 못했던 건 아니었지만 간절함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전하고 싶었다. 조동사뒤에 to를 붙이거나 Than을 Then으로 써준 것만 빼면 A는 나의 구세주였다! ㅎㅎ


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인맥도 쌓으며 나의 유학생활은 순조롭게 흘러갔고, 크고 작은 봉사활동과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제목처럼 거창한 비법은 없다.

“국영수 위주로 교과서만 봤어요”라는 진부하지만 진리인 ‘기본에 충실할 것!’

수업 시간에는 항상 일찍 와서 키친을 정리하고, 머릿속으로 실습 레시피를 시뮬레이션해 보며 준비했다. 조리 중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실습에 철저하게 임한 덕분에 요리 실력뿐만 아니라 셰프들에게 태도로 좋은 인상도 남길 수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이러한 노력은 취업과 장학금을 받는 데도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3학기가 끝날 무렵,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보통이라면 행사 관련 홍보 글이기에 스쳐 지나갔겠지만, 이날만큼은 특별히 열어보고 싶었다.

“Congratulations!”로 시작하는 장학금과 더불어 우수학생에 뽑힌 Dean’s honor 우등생 선발이라는 내용. 그냥 지나쳤더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


“뭐든 해보자, 잃을 것은 없으니까!”


Sony center에서 열린 장학금 수여


연중행사인 와인페어링 대회, 나 어딨게?



일머리 좋고 손이 빠르고 시키는 것 잘하기로 일등인 한국인은 어디서든 인정받을 것이라고 큰 착각을 했던 것도, 요리하면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온 것도 저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달콤한 환상이 깨지고 졸업 후 나의 셰프 생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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